13일 글로벌 펀드 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 7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에는 36억달러가, 초단기 공사채에 투자해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MMF에는 109억달러가 흘러 들어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일본 시장이 조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위험자산 선호가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감소하는 등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경기지표를 내놓고 있어 중국 경기가 아직 바닥을 탈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미국도 고용지표 악화와 함께 애플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아직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5월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장 큰 원인을 달러화 강세 전망에서 찾고 있다. 다음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할 브렉시트 투표가 열리는 데다 그리스 채권이 6~7월 만기가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국제유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위험자산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유가가 하락하면 위험자산 가격도 조정받기 쉽다.
또 다음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열리는데 최근 석유장관을 교체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생산 동결을 반대하는 등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중순까지 위험자산 가격 조정국면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의 매력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하지만 호전된 경기지표가 발표되면 상황이 달라져 다시 증시로 자금이 유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센터장도 "부진한 중국 지표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 통화가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가 달러 가치 약세를 추구하는 데다 조만간 중국 지표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신흥국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