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채권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7일 밤 산업은행에 전격적으로 경영정상화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2조9000억원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회수만 없다면 인력감축과 도크효율화, 일부 자산매각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사실상 채무만기연장을 요청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단기에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 자산과 현금, 단기금융상품을 1조7500억원가량 갖고 있다. 수주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입금 회수 러시가 이어질 경우 삼성중공업의 자금 부족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 자구안을 토대로 만기 연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같은 구조조정 절차에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채권단 회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을 제외한 채권단을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지원 요청의 수준이 신규 자금 지원 요청이 아니라 만기 연장 요청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당장 대주주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주 가뭄이 지속돼 수천억 원대 신규 자금 지원 논의가 전개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해양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4월 말 기준 수주잔액은 300억달러이며, 이 중 해양 분야(해양생산설비·시추설비) 수주잔액은 196억달러로 65.3%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 브라우즈 가스전 사업 관련 쉘로부터 수주했던 47억달러 규모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FLNG) 3척 계약이 최근 취소되기 전에는 이 비중이 68.8%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액 중 해양사업 비중은 각각 31.3%, 45.3%에 그친다.
삼성중공업이 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강조한 것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규모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262억원 △단기금융상품 730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수주가 되지 않아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합계는 지난해 말보다 790억원 감소했다. 금융부채 중 회사채는 6987억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해 만기 도래분은 없는 상황이라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중공업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의 회사채 만기는 △2017년 2월 4000억원 △2017년 9월 2000억
유가증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조달 계획은 지난 11일 두산엔진 지분 14.1% 매각(373억원)을 끝으로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마켓코리아 지분(1.23%)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고 인터파크의 매각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라 매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