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와 따로 재건축 추진하는 안이 나왔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종합상가 전경 [사진=이윤식 기자] |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인가를 받기까지 상가 측과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형진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에 따르면 상가측은 협상 초기부터 상가 자산을 평가할 때 아파트 가격 상승비율을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982년 준공된 개포주공1단지의 전용면적 52㎡ 최초분양가는 1700만원이지만 최근 11억7000만원에 매매돼 상승률은 68.8배에 달한다. 이를 최초 분양가가 2680만원인 개포주공1단지 종합상가 1층 전용면적 15.12㎡에 그대로 적용하면 상가 가치는 18억4300만원에 달한다. 조합측이 산정한 현 시세인 9억원의 2배나 되는 금액이다. 김 조합장은 “상가 측의 무리한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대신, 상가측에 개발 이익을 공유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상가에서 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등 절충안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개포주공3단지는 철거가 진행중임에도 상가측과 소송중이다. 개포주공3단지와 상가 측은 2013년 ‘분양당시 상가분양가격 및 아파트 가격 대비 상승비율’을 상가 감정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을 포함해 합의서를 작성했다. 상가측은 이를 근거로 상가 감정평가에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적용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영수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장은 “합의서 총론에는 도시정비법 내에서 상가 측 감정평가를 하기로 명시돼 있다”면서 “도시정비법을 고려할 경우 상가 측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가와의 갈등으로 재건축 진행이 어려워지자 상가와 따로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는 상가를 제외하고 이미 재건축을 완료해 작년 입주했다. 상가와 단지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아파트 단독으로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상가와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이다”면서도 “현재 상가측과 협상 중이지만 나중에 어떻게 변동될지는 알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상가와의 갈등은 재건축 입주 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강남구 역삼동 성보아파트를 재건축한 테헤란아이파크는 2014년 준공했지만, 입주 2년이 넘도록 등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인근 이웃단지와의 땅 문제와 함께 단지 내 상가와 입주민 간 주차장 지분 분쟁이 일어난 때문이다. 재건축 후 상가 소유주들이 임차료를 크게 올리는 바람에 상가에는 대형슈퍼, 세탁소 등 주민들을 위한 생활편의업종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테헤란아이파크 상가는 2칸짜리 기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 정도가 적정한데 실제 임대료는 월 600만원에 이른다”면서 “상가 임차료가 비싼데 아파트는 400여가구에 불과하다보니 카페, 바, 양복점 등 인근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매장들만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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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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