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모델로 주목받는 제주시 조천읍 `스위스 마을`. 상가주택단지로 입주민들은 협동조합을 설립해 마을을 가꾼다. [사진 제공 = 수목건축] |
가로주택정비사업 단지 저층에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 헬스장, 집수리 지원센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들어가 개방되면 일반 아파트에 비해 취약했던 주거 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이웃 간 정이 흐르는 '한국형 골목 주거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건축물 저층에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하면 용적률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현재 커뮤니티시설은 지하에 짓지 않는 한 용적률에 포함된다. 2012년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낡은 저층 주거지의 도로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물만 새로 짓는 개발 방식이다. 노후된 빌라, 단독·다세대·연립주택 여러 채를 묶어 사업을 할 수 있어 뉴타운·재개발 해제 지역의 재생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면 철거하는 뉴타운이나 재건축·재개발처럼 커뮤니티 시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게 단점이었다. 사업성을 맞추려면 공간 한 칸도 아까운 마당에 용적률을 까먹으면서 커뮤니티시설을 짓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서다. 이렇다 보니 집으로만 구성된 '나 홀로 아파트'가 될 염려가 많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1호'로 조만간 이주하는 중랑구 면목동 우성주택은 기존 3층 22가구 연립주택이 최고 7층 아파트 1개동 42가구로 탈바꿈하는데 집 위주로 지어진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용적률 인센티브가 생기면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저층 주거단지에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을이 있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일대 2만여 ㎡ 터에 3층짜리 단독주택 70가구로 조성된 '제주 조천 스위스마을'은 건물별로 1층엔 카페와 공방 등 근린생활시설, 2층은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등 임대주택, 3층은 집주인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입주민들은 마을협동조합 '동행'을 꾸려 마을 가꾸기에 참여한다. 박중규 협동조합 동행 이사장은 "주거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가로주택정비사업지에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상가를 지으면 프랑스 파리나 덴마크 코펜하겐 등 유럽 거리처럼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의 보완 수단이 되려면 사업지 수가 최소 세 자릿수 정도는 돼야 하고, 주민 등 민간을 위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도로 폭이 확보돼 스트리트형 상가처럼 상업시설을 조성하면 주택도 안전하고 마을에 활기가 생기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7곳이며 서초·송파·구로 등 13곳이 추가로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도로 폭 완화에도 적극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도시계획도로에 한 면만 접해 있고 나머지 도로가 6m 이상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서울시는 4m 이상으로 변경을 추진해 사업 대상지를 늘릴 예정이다.
신탁회사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탁사가 단독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자금 조달 등 어려움이 많아 신탁사가 참여하게 되면 사업이 훨씬 안정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저층 주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민간 참여를 끌어낼 만한 유
■ <용어설명>
▷ 가로주택정비사업 : 도로에 둘러싸인 불록 단위 소규모 재건축사업. 도로로 둘러싸인 1만㎡ 이하 면적이면서 노후·불량 건축물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를 넘고 주택이 20가구 이상이면 된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