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10명중 4명 “3년내 금융시스템 리스크 발생”

금융 전문가 10명 중 4명이 1~3년 내에 국내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잠재 위험 요인으로 중국 경기둔화와 기업 부실위험 증가, 가계부채, 저성장·저물가 고착화 등을 꼽았다.
23일 한국은행이 4월 6일부터 20일까지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시스템적 위험 서베이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국내 금융시스템의 주요 위험요인(복수응답)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중국 경기 둔화라는 답변이 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업 부실위험 증가(59%), 가계부채(54%),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발생 가능성이 큰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와 기업 부실위험 증가가 각각 꼽혔다. 또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에서는 가계부채와 중국 경기둔화, 기업 부실위험 증가 등이라는 답변에 우세했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작년 10월 조사에서 달라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금리정상화(72%→38%)는 크게 줄어들어든데 반해 기업 부실위험 증가라는 답변은 32%에서 59%로 급증했다. 또 중국 경기 둔화(90%→73%)와 가계부채(62%→54%)라는 답변도 작년 10월 보다 줄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최근 조선 해운 등 불황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점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68개 금융기관에서 총 78명이 참여했다. 국내은행 20명, 비은행금융기관 16명, 주식 채권 외환 파생 등 금융시장 참가자 32명, 해외 금융기관내 한국투자 담당자 10명이다. 응답 기관별로 살펴보면 국내은행 응답자는 중국 경기둔화라는 답변이 80%로 가장 많았고 기업 부실 위험 증가 75%, 가계부채 문제 60%, 저성정 저물가 기조 고착화 60% 등도 주요 리스크로 인식했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 응답자는 88%가 가계 부채 문제를 꼽았고 해외 조사 대상자는 중국 경기 둔화라는 응답이 90%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앞으로 1년 이내 단기에 금융시스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낮다는 답변이 49%로 높다(15%)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에 반해 1~3년 중기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묻자 높다는 응답이 40%로 낮다는 응답(19%)보다 매우 많았다. 이밖에 향후 3년간 금융시스템 안정성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 53%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높다는 33%, 낮다는 14% 수준이었다.
이는 작년 10월에 비해서 1년 이내 단기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1~3년내 중기 리스크 발생가능성은 커졌다고 금융 전문가들이 판단한 대목이다.
2015년 10월 조사에서는 1년 이내 단기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낮다는 답변이 44%를 차지했고, 높다는 답변은 15% 수준이었다. 또 1~3년 중기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발생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는 답변은 19%, 높다는 답변은 39% 수준이었다.
또 이번 조사에서 1~3년내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기관 별로 살펴보면 높다는 답변은 해외 조사대상자(30%)보다 국내은행(55%)과 비은행금융기관(56%)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응답 기관별로 살펴보면 비은행금융기관과 국내은행 종사자들사이에서 리스크발생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봤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