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계좌이동제 3단계 시행 석달째를 맞은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시중은행중 가장 많은 계좌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경남은행이 단연 1위를 기록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시행된 계좌이동제 3단계는 현재까지 약 460만건의 계좌변경을 신청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EB하나은행이 28만여건의 계좌변경 순유입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들은 자신의 선호하는 은행의 자동이체 계좌로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모은다. KEB하나은행의 순유입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은행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았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이 타행 결제 계좌를 KEB하나은행 계좌로 옮기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은행마다 주거래계좌를 내놓고 있는데 혜택이 비슷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고객 유치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KEB하나은행의 주거래패키지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은행은 작년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이후 적극적으로 금리와 수수료 우대 혜택을 넓은 주거래 우대패키지를 충시했다. 행복노하우(khowhow)주거래우대통장,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우대적금, 행복투게더(Together)프리미엄 주거래우대론, 하나멤버스 1Q카드 등 주요 상품군이다.
국내 5대 은행 가운데서 활동고객수가 약 700만명 수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KEB하나은행이 ‘사즉생’의 각오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KEB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통합 이후 전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KEB하나은행과 거래가 많았던 기업의 고객들을 중요한 타깃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자산관리 서비스 등 기존 강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 것도 요인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이 계좌이동제의 승자로 등극했다. 경남은행은 석달간 계좌이동제로 6만7000여건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경남은행은 지방 기업금융 기반을 바탕으로 개인고객을 끌어들였다. 우선 이 은행은 작년부터 창원에 있는 LG전자,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KAI) 등 거래기업 안에 출장소를 만들어서 주거래 고객으로서의 혜택을 홍보했다. 이와함께 해당 기업의 직원들의 급여이체나 각종 부수 서비스를 넓히면서 순유입을 크게 늘렸다. 특히 경남은행은 그동안 개인고객 기반이 약한 편이었다보니 순유출 자체도 많지 않았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기업금융이 강했던 반면 개인 고객의 수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은행들은 순유출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순유출이 많았다. 개인고객서비스의 축소 등으로 소비자들이 대형 은행으로 결제계좌를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점수가 대형은행에 비해서 4분의 1 수준인 외국계 은행들은 찾아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제계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바꾼 것이어서 이들 외국계 은행의 활동고객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등으로 대형은행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계좌이동제로 인한 고객수 변동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요 고객군 내에서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며 “계좌이동제와 관계없이 주요 고객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각종 공과금이나 요금을 빠져나가는 계좌를 유치하게 되면 낮은 비용으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 은행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은행들은 또 활동고객을 모으는데도 편리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경쟁하도록 하면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계좌이동제 서비스를 확대했다.
■ <용어 설명>
▷ 계좌이동제 : 인터넷이나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료·휴대전화 요금·월세·공공요금 등 다양한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하고 돈이 빠져나가는 통장을 옮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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