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을 놓고 또다시 꼼수를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살보험금 쟁점이 관련약관을 만든 생보사 실수에서 비롯됐는데, ‘자살을 부추긴다’, ‘보험료가 인상된다’며 본질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약관대로 자살에 대해서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생보사들이 ‘자살을 방조한다’는 식의 ‘자살’ 문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2010년 4월 이전 작성한 ‘약관상 실수’로 막대한 보험금 지급 상황에 직면한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려 한다는 것.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현재 2980건, 2465억원 규모로, 한국의 자살률을 감안하면 자살보험금 지급 규모는 향후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 대비 보험금이 2~3배 많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으로 볼 수 없다며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
몇몇 생보사는 자살보험금 문제를 보험료 인상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 자살을 재해로 보고 일반사망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 다수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자살보험금에 대한 쟁점을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2년)로 몰고가려는 움직임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비자단체 등은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놓고 생보사들이 자살 방조나 보험료 인상,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등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시작이 재해사망에 대한 생보사 약관 실수 때문인데, 다른 문제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약관이라도 약관은 그 자체로 효력이 있는데 이점을 간과시키려 한다는 것.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자살보험금 문제의 본질은 약관을 잘못 작성한 자에게 책임을 묻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고 약관 해석이 다를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약관 해석의 원칙’”이라며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계속 변명만 하고
오 국장은 “약관 작성자가 잘못 작성한 약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므로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할 수 조차 없다”면서 “선진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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