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1980선이 무너진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11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의 일평균 거래량에서 공매도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4%에 달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비중이 5.1%, 이달 2일부터 11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비중이 5.7%였던 것과 비교해 한 달 새 4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특히 20일에는 삼성전자 총거래량 15만9211주 가운데 공매도 물량이 29.75%인 4만7363주에 달했다. 삼성전자 공매도 비중이 30%에 육박한 것은 2014년 7월 22일 32.87%를 기록한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공매도 주체의 85%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삼성전자의 대차잔액도 26일 기준 5조6160억원으로 이달 들어 9234억원(20%)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시장에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점치는 세력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액 50조6000억원, 영업이익 6조7200억원, 순이익 5조32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에선 2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기대감 덕분에 삼성전자의 주가도 26일 기준 129만6000원으로 지난 12일보다 1.1% 상승했다. 일부 세력의 공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버텨낸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불확실성이 공매도를 초래했다는 의견도 있다. 갤럭시S7 선전 덕분에 2분기까지는 실적 전망이 밝지만 하반기에도 우상향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오히려 반도체 업종 2등주인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더 커 일부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를 파는 대신 SK하이닉스를 사는 식의 '롱숏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2분기까지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그동안 IT업종 내에서 삼성전자를 롱(매수), SK하이닉스를 숏(매도)하던 헤지펀드들이 최근 포지션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월(2~26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05억원으로 4월(126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지만, SK하이닉스의 5월 일
최근 삼성중공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에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게 외국인 공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