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MSCI 선진지수 재도전 ◆
MSCI는 전 세계 증시를 크게 선진국·신흥국·프런티어마켓으로 구분해 발표한다. MSCI는 이날 우리나라의 선진국 검토 대상 포함 여부와 함께 중국(A주)·파키스탄 지수의 신흥국지수 편입, 페루 지수의 프런티어마켓지수 편입 여부 등을 공개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매년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하다 실패했고, 2014년부터는 검토대상국 리스트에서도 아예 빠졌다. 이번에 검토대상국 재편입에 성공하면 내년 승격 확정을 거쳐 2018년 6월부터는 실제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것이 유력시된다.
지난 8년간 표류했던 MSCI 선진지수 편입 여부 결정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협의를 주도하고 있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시장 전문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년째 2000선 언저리에 갇혀 '박스피'라는 오명을 듣는 코스피가 3000 수준으로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MSCI 선진지수 승격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금은 총 10조달러에 달한다. 이 중 15%가 신흥지수에 투자하고, 85%가 선진지수에 투자하고 있다. MSCI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8조5000억달러라고 단순 계산해도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순간 신흥지수에 따라 움직이던 자금(1조5000억달러)보다 5배나 많은 글로벌 투자금의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의 질이다.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연기금 등은 통상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자금을 쉽게 넣었다 뺐다 하지 않는다. 그만큼 투자기간이 긴 자금들이 우리 증시에 들어와 시장에 변동성을 낮춰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헤지펀드 등 단기 자금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신흥국 주식을 선호한다. MSCI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중 패시브펀드의 비중이 24%에 달하는 반면 신흥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중에는 16%밖에 안된다.
지난 25일 기준 MSCI 선진지수의 하루 거래량은 약 57억달러로 MSCI 신흥지수 거래량(245억달러)의 약 5분의 1에 달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선진지수가 신흥지수의 10배에 달한다. 그만큼 덩치가 큰 돈들이 들어와 잘 안 움직인다는 얘기다. 위기 때마다 국내 증시가 전 세계 자금의 금전출납기 노릇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선진국 투자자금은 특히 안정성이 높은 대형주나 업종 대표주를 편입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대표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가 간 자산배분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증시가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경제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석정 한국CVC캐피탈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는 장기 자금이 상당 기간 유입돼 긍정적 기능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선진지수 편입을 시도했던 2014년 MSCI는 한국이 선진증시에 포함될 경우 약 78억달러, 당시 환율로 약 8조~9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에 비해 글로벌 증시 규모가 더 커졌음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최소 9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2009년 FTSE가 우리나라를 선진지수에 편입시켰을 때도 약 8조원의 유럽계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바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6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지난 25일 기준 MSCI 선진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가 넘지만 MSCI 신흥지수는 13배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지수에 포함될 경우 산술적으로 50%가량 재평가(리밸류에이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이 때문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이 같은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MSCI 선진지수는 장부가 대비 2.13배, 신흥지수는 1.37배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증시(MSCI코리아지수 기준)는 지난 27일 현재 0.89배에 거래됐다. 주식시장에서 장부가만큼도 평가를 못 받고 있는 우리 증시가 2배 이상 재평가를 받으려면 선진지수 이동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장부가 대비 0.9배에 거래되고 있는 지수 1900대 국내 증시가 2배만 받는다 해도 지수 3000은 거뜬히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선진지수 편입 대상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당장 글로벌 자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머징마켓에 속해 있던 단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혼란을 경험한 사례도 있다.
1997년 선진지수에 편입된 포르투갈이나 2001년 그리스 등이 좋은 예다. 가장 최근에 선진지수에 편입된 이스라엘(2010년)도 선진국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도 "중국이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되면 상하이지수의 비중이 장기적으로 한국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움직이면서 코스피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