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서울 순화동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최근 이 건물 16층에 위치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옛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의 사무실에는 식음료 관련 인수합병(M&A) 매물 인수를 제안하려는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두달새 건내 받은 제안서만 10여건에 달할 정도다. 그래서 요즘 투자업계에서는 “식음료 M&A 매물 관련 정보를 얻고 싶으면 VIG파트너스에 물어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돌아다닌다.
이 모든 게 지난 2월 프랜차이즈 버거킹 매각 작업을 성공적으로 매듭 지은 뒤 얻게 된 명성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1000억원에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원을 받고 버거킹을 매각했다. 인수 3년만에 투자원금의 두배 이상을 회수한 것이다. 높은 투자수익 뿐만 아니라 국내 PEF가 본격적으로 식음료 관련 기업에 투자해 회수(엑싯)까지 성사시킨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비슷한 시기 PEF가 투자한 놀부 할리스 BHC 등은 아직 투자회수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버거킹의 매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매각시점을 올해말로 잡고 있었다. 인수후 신메뉴개발, 배달서비스 개시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친 경영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버거킹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국내외 PEF와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적극 타진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와중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메르스 사태가 덥치자 버거킹을 포함한 대부분의 식음료 업체들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 메르스가 창궐한 지난해 5~8월 사이 버거킹 주요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VIG파트너스는 모든 매각을 중단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M&A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연간 창출한 현금 규모에 배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이익이 감소하면 기업가치도 줄어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늦여름에 접어들며 메르스의 영향권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시작했고 9월 부터는 실적이 급격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버거킹은 메르스 사태로 부침을 겪었지만 버거킹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버거킹의 지난해 매출액은 2785억원으로 2013년 대비 3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1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37.5%나 늘었다.
그러자 당초 인수 의사를 밝혔던 원매자들도 다시 매각 가능성을 타진해왔고 막판까지 2곳의 글로벌 PEF와 협상을 진행한 끝에 어피니티를
사모펀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버거킹 매각은 국내 PEF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모범 사례”라며 “PEF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있어 대기업, 중국 자본에 이어 해외 PEF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해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두순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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