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는 3일 사업부문 분할·합병 추진 검토 보도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사업부문별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업부문을 분할한 이후 합병 등 추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SDS 사업부문과의 합병에 대해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도 "합병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 공시를 냈다.
삼성SDS의 사업부문은 크게 IT서비스 부문과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으로 IT서비스 부문 매출액은 5조4944억원, 물류 BPO 부문은 2조3044억원으로 2.4배 정도 차이 난다. 올 1분기 매출액은 IT서비스 1조1250억원, 물류 BPO 6200억원으로 격차가 1.8배로 좁혀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가능성을 언급했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관계사들이 이날 공시를 통해 합병을 공식적으로 부인함으로써 향후 삼성SDS가 사업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때 삼성SDS 물류 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했지만 최근 주식매수가격 청구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매수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일성신약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 검토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SDS 물류 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다 최근 법원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이 다시 논란이 되자 무리하게 추가 합병을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시 배경에는 삼성SDS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할 필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알짜 사업인 물류 부문을 실제로 삼성물산에 넘기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SDS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근본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오너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삼성SDS에 투자해온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며 "일부 주주들이 배임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 주가는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2.05%의 지분을 매각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성SDS 분할·합병설이 보도된 3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15%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공시 직후 상승폭이 잠시 줄기도 했지만 전일 대비 7.02% 오른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SDS는 10.78% 하락했다.
[이승훈 기자 /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