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 5곳(신한·국민·우리·하나·IBK기업) 중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신한은행은 5월 한 달 새 신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5월 2일 2.93%에서 이달 1일 3.09%로, 기업은행은 같은 기간 2.79%에서 2.95%로 각각 0.16%포인트씩 올랐다.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2.97%에서 2.98%로 0.01%포인트 올랐다. 모기지신용보험(MCI)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료를 모두 합한 숫자다.
주요 시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것은 5개월여 만이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자 이를 반영해 3%대 이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이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점차 내렸다가 5월 들어 이를 다시 인상했다.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월 1.65%에서 4월 1.55%까지 떨어졌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요인이 된다.
시중금리가 떨어지는데도 금리를 올린 것은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의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0조1377억원으로 4월 356조5956억원보다 3조5421억원 늘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산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금리를 다소 올려 신규 대출 증가액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다시금 올렸다는 것은 은행들이 과도하게 자산만 늘리다가는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금리를 높여) 리스크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높여 신규 대출을 다소 줄여 총량을 맞추는데 그런 측면에서 금리가 인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반기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은행은 최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및 소규모 점포에 대한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다. 이 중 담보물이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인 수익원인데 미세한 금리 인상을 통해 손익을 보전한다는 얘기다.
B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올해 들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면서 경쟁적으로 다른 은행도 금리를 내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며 "금리를 소폭 조정해 수익을 보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월 이후 줄곧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점차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기업대출에 이어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추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