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부동산신탁업계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56)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정립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2020년까지 25%인 시장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번 공모를 통해 총 2729만7345주를 모집하며 주당 공모가 밴드는 9100~1만300원이다. 전체 공모액은 밴드 상단 기준 2812억원에 달한다. 다음주 중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30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간사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한국자산신탁은 2001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회사로 출발했다. 공공기관 민영화의 일환으로 2010년 3월 디벨로퍼인 MDM이 투자한 대신엠에스비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다. 이후 2011년 7월 문주현 회장이 PEF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MDM그룹에 공식 편입됐다. 현재 MDM이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며 문 회장이 19.3%, 캠코가 1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의 사업 부문은 크게 신탁과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로 나뉜다.
신탁 사업 비중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토지를 소유한 위탁자(개인이나 법인 등)에게 토지를 이전받아 건물을 신축한 뒤 이를 분양해 사업비를 회수하고, 발생한 이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는 신탁 상품이다. 이때 분양대금만으로 사업비를 지급할 여력이 안 될 경우 신탁사는 자금을 대여해주고 분양대금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시공사에 공사를 발주하거나 수분양자에게 분양하는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올 1분기 신탁 수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1%(509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0%와 74% 급증한 954억원과 584억원을 기록했다. 차입형 및 관리형 등 토지신탁 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번 공모로 모집한 자금을 영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부동산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돼 여기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부동산 개발 사업은 신탁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는 전년(4827억원) 두 배 수준인 8600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대비해 한국자산신탁은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디벨로퍼인 MDM이 최전선에서 사업성을 검토한 뒤 한국자산신탁이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회사인 한국자산캐피탈이 프로젝트 이익금을 담보로 위탁자에 대출을,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자산에셋운용이 운용 중인 사모펀드를 통해 토지비 대출을
또 한국자산에셋운용을 앞세워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자산에셋운용의 주요 주주인 PAG그룹과도 많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AG그룹은 아시아 지역에서만 20조원을 운용하는 홍콩계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로 현재 한국에셋운용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