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대출을 거절당했던 사람들도 은행에서 최소 6%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5일부터 신용등급이 4~7등급인 소비자를 위한 대출 상품 사잇돌 대출이 9개 시중·지방은행에서 판매된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1~3등급의 우량한 신용등급이어야 가능했다.
4~7등급인 소비자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금리가 8~12%로 비교적 높았다. 일부 소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저축은행 대출과 카드론으로 연 13~29.9%의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우량 신용자와 중신용자 간 신용등급이 한두 등급만 차이가 나도 돈을 빌리는 업권이 달라 대출금리가 20% 이상 차이 나는 '금리절벽' 현상이 생겼던 셈이다.
사잇돌 대출은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금융상품이다. 우선 소비자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금리가 6~10%다. 예를 들어 4~5등급으로 중신용자 가운데 비교적 소득이 높고 기존 대출이 적다면 6%대 금리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6~7등급인 사람들도 8% 내외에서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싼 이유는 SGI서울보증보험에서 이 상품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사잇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상품이므로 상환능력을 갖춰 꾸준히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최소 연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갓 취직한 이들은 6개월 이상 일했다면 추정 연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 초년생의 세전 급여액이 월 167만원 이상이고 반년 이상 일했다면 연간 2004만원(167만원×12개월) 벌었다고 추정해 대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사업소득이 1200만원을 넘으면 대출 대상이 된다. 연금 수령자도 연 1200만원 이상 연금을 받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을 많이 인정받을수록 상환능력이 높다고 판단돼 금리가 저렴해지고 대출 한도도 커진다. 단 대출액은 최대 2000만원까지다. 또 60개월 동안 나눠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이다. 만기까지 이자만 내는 거치식 상환은 안 된다.
소비자들은 다음달 5일부터 총 9개 은행(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국민·수협·제주·전북) 영업점 창구에서 사잇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써니뱅크'와 우리은행 모바일 앱 '우리 모바일뱅킹'에서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 상품을 일단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할 계획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7등급자는 2054만5038명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평균 500만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상품 출시 초기 약 10만명이 이 상품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중신용자 중 0.5%에 불과해 금융위는 추가 공급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량 신용자에게 금리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염려한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2~3등급인 소비자 가운데서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잇돌 대출 점검회의에서 "서민에게 적정 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무리 없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