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제공하기 위한 공매도 잔액 공시 제도를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잔액 공시제가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4년 2월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투기적 공매도 억제를 목적으로 발의했고,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장사 시가총액 대비 특정 투자자의 공매도 잔액 비율이 0.5% 이상인 경우 3영업일 주식시장 거래가 종료된 직후 매도자의 인적사항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5000억원인 상장사의 경우, 특정 투자자가 25억원어치 이상을 공매도했다면 해당 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것이다. 또 비율과 상관없이 개별종목 공매도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공시는 아니지만 금감원에 보고는 해야 한다.
공매도 잔액 공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재 헤지펀드 5조3000억원, 롱숏펀드 1조5000억원, 롱숏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5조원 등 약 12조원이 롱숏 전략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삼성 미래 쿼드 타임폴리오 라임 등 헤지펀드·롱숏펀드·롱숏ELB를 합한 운용액이 1조원을 웃도는 운용사들은 비상이다.
A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공매도 잔액을 공시하면 투자 포트폴리오가 노출될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항의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 헤지펀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롱숏 전략은 대개 매수 잔액만큼 공매도 잔액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게 일반적인데, 매수액 공시 기준은 시총 대비 5%인데 공매도 공시 기준을 0.5%로 잡은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롱숏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이탈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롱숏펀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용 가능한 전략이 20~30개로 훨씬 다양한 헤지펀드의 경우 이미 롱숏 전략 비중을 낮추고 비상장주식·메자닌·이벤트드리븐 등 다양한 전략을 혼합하는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한편 시장에선 공시제 시행 전 '숏커버링'(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주식 매수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25% 이상인 종목은 현대상선(65.6%) 코스맥스(37.9%) 호텔신라(36.5%) OCI(28.9%) 등이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