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은행명 사칭 불법팩스에 `골머리`

“은행은 절대 팩스를 이용한 대출광고·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SC제일은행이 전 직원에게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SC제일은행’을 사칭해 광고물을 보내는 불법 대부업체들이 많아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법 금융사기범들은 수년전부터 이 은행을 사칭해 무작위로 팩스를 발송하는 수법으로 사기를 벌여왔다. 이들은 팩스에 적힌 ‘070’ 광고번호로 전화한 소비자에게 “여러 신용대출을 한 곳으로 모으거나 금리를 싸게 해줄 수 있다”면서 현혹한다. 취급수수료가 필요하다며 돈을 가로챈 뒤 자취를 감추는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최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을 사칭해 ‘신용대출을 싸게해주겠다’며 소비자들을 꼬득인다.
문제는 SC제일은행이 지난 4월 은행 명칭을 바꾼 뒤로 은행 사칭 불법금융사기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불법 팩스광고나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이 은행에 접수된 민원은 246건으로 지난 4월에 비해 76건 늘었다. 또 SC제일은행 소비자보호부에서 불법광고물을 직접 금감원에 신고한 건수도 전월 387건으로 4월 대비 97건 증가했다.
사기범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SC제일은행이 최근 이름을 바꾸면서 팩스에 적힌 사칭광고와 구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2005년부터 2012년 초까지 이 명칭을 사용하다가 이후 SC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해 지난 3월까지 써왔다. 그런데 사기범들은 이 은행이 2005~2012년 까지 사용해 온 ‘SC제일은행’ 로고를 팩스나 문자에 사칭해 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은행 명칭이 ‘SC은행’일 때 소비자들도 사칭 팩스를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SC제일은행’으로 명칭이 되돌려진 다음부터는 소비자들도 헷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 신고해 팩스에 적힌 070번호 회선을 막고 가두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팩스·문자를 통한 대출광고는 모두 사칭광고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