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국내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지난 24일 코스피는 3% 넘게 밀렸으며 코스닥은 4%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27일 증시는 반등에 성공,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여서 투자자들은 브렉시트 여파에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종목 찾기에 분주하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엔화 강세와 유가 하락이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확정 짓자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엔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50달러선을 돌파했던 국제 유가도 브렉시트 영향으로 다시 하락 전환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두 가지 요인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엔고는 이론적으로 원/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력 산업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 겹치는 부분이 많다. 증권사들은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심화된다면 엔화는 뚜렷한 강세로 전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현대·기아차 등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와 엔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환율에 대한 이익 민감도가 높아진 현대·기아차에 긍정적 이슈”라며 “원화 환율 1% 절하 시 영업이익률이 현대차는 0.24% 포인트, 기아차는 0.39% 포인트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없어지면서 수출관세 10%가 부활, 영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일본업체 대비 불리할 수 있지만 원/엔 환율 약세로 상쇄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EU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면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 경제 불안정으로 인해 이곳에서의 자동차 수요는 일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수요전망기관 LMC에 따르면 영국이 실세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2018년 영국 자동차 수요는 40여만대 줄어들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지난해 영국의 자동차 수요는 260만대 수준으로 독일(320만대)에 이어 유럽연합 내 시장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전기·전자,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브렉시트로 유발된 원/달러, 원/엔 환율 상승이 가격경쟁력 확보와 영업이익 증대 등 긍정적인 요인을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 파라소닉, 도시바, 소니 대비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효과에 의한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최근까지 주요 부품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쳐왔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 업체들과 경합관계에 있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 이후 유럽과 신흥국향 매출 감소로 국내 주요 세트업체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3D 낸드(NAND)와 올레드(OLED) 공장(Fab) 투자 확대 기조는 브렉시트와는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주요 장비업체들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가 하락과 관련한 수혜주는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연료비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원화 약세로 인해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떨어지면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원유를 들여오는데 원화환율이 약세라는 점에서 그 부분도 같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국면 전개될 것으로 전망돼 국제유가에 대한 추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화 강세 기조 주춤해지면 국제유가 하락세 멈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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