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0조원 가까이 발행되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ELS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지수형 ELS가 3조원 이상 원금손실 구간으로 진입하면서 위험성이 부각된 반면 평균 수익률은 연 2%대 중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8일까지 ELS 총 발행액은 19조7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액 합계 47조6149억원과 비교하면 61% 감소한 것이다. ELS 기초자산인 주요 지수가 작년 상반기 고점이었던 반면 올해 상반기엔 조정을 맞으며 조기 상환액(13조5101억원)이 전년동기(39조2088억원) 대비 3분의1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ELS는 만기가 보통 3년이지만 실제로는 가입 후 평균 1년 뒤 조기상환이 이뤄진다. 조기상환이 되면 신규 발행되는 ELS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시장이 돌아가는데 올해 상반기엔 이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투자자들의 ELS 위험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지수형 ELS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으면서 예금 이자의 2~3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연초 H지수 ELS가 3조원 이상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든 이후에는 기대수익도 높지 않으면서 자칫 원금손실 위험만 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최근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지수형 ELS의 손실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투자자 불안 심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 ELS가 당장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손실구간 진입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만큼 방어적 관점으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상환된 ELS의 평균 수익률은 공모 원금비보장형 상품 기준 2.6%로 집계됐다. 가입 후 상환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11개월 11일이었다. 연도별 ELS 평균 상환수익률은 2014년 3.5%, 2015년 2.9%에서 점점 내려오는 추세다. 올해 ELS 평균수익률이 떨어진 건 1분기 국내 증시 조정에 따라 3년 전 발행된 종목형 ELS 상당수가 원금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유형별로 수익률 격차가 컸다. 지수형 ELS 평균 상환수익률은 5.3%로 매월 빠짐없이 5% 안팎의 안정적 성과를 기록했다. 반면 종목형 ELS는 1월과 2월 각각 -18%와 -9%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했고, 6개월 평균 상환수익률도 -4.6%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ELS 평균 상환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도 본여겨 볼만하다.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삼성증권의 ELS 평균 상환수익률이 3.2%로 22개 발행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증권도 평균 상환수익률이 3.1%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유안타증권의 경우 상반기 상환된 ELS 평균수익률이 -40.6%로 가장 낮았다. 투자 원금은 447억원인데 182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3년 전 이 증권사가 조선·철강·화학 등 변동성이 높은 종목
대형 증권사 가운데선 신한금융투자(0.4%)와 NH투자증권(0.7%)의 평균수익률이 1% 미만으로 부진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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