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000원(0.21%) 하락한 13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23일 종가 143만원과 비교하면 2.4% 하락한 수준이다.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유럽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 대량 이탈이 발생하면 국내 시가총액 1위 상장사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가 하락률이 염려만큼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 빠져나간 공백을 국내 기관들이 잘 메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관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시장에 전해진 지난 24일 삼성전자 주가가 2.1% 급락하자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면서 총 29만4017주를 순매수했다.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팔고 나가자 매물을 적극적으로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 매도 공세에 국내 기관이 저가 매수로 대응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외국인은 지난 27일과 28일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52만주와 110만주 내다 팔았지만, 국내 기관은 거꾸로 132만여 주를 순매수했다. 그 결과 29일 SK하이닉스 종가는 3만1800원으로 브렉시트 사태 전인 23일 종가 3만1750원을 오히려 뛰어넘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정보기술(IT)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경쟁사인 도시바와 마이크론의 주요 생산시설이 일본 요카이치와 히로시마에 있어 엔고가 진행되면 원가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유리해진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전력도 브렉시트 사태 이전 주가를 뛰어넘었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41만80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9일 42만9000원으로 2.6% 올랐고, 한국전력도 5만8500원에서 6만100원으로 2.7% 상승했다.
한전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나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글로벌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방어주로 제몫을 다했던 전력이 이번에도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임경근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부문장은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한전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대신 에너지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브렉시트 사태 때 외국인과 개인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다 팔 때 국내 연기금과 운용사들은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해 우량주들을 저렴한 가격에 주워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시장에 전해진 지난 24일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1467억원어치 내다 팔았지만 이들이 내놓은 매물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각각 1090억원과 596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 27일과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짧은 기간이라 국내 기관의 판단이 외국인보다 정확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극심한 혼란 속에서 국내 기관이 발 빠르게 대응을 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