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씨는 자신의 차로 고가 수입차에 접촉사고를 냈다. 범퍼가 살짝 긁힌 정도였고 수입차 주인이 범퍼는 교체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떠났다. 안심하고 있던 김씨는 며칠 뒤 보험사로부터 차주가 범퍼를 교체했다는 말을 들었다. 범퍼 가격 300만원, 공임비 75만원이 발생했고 김씨의 보험료는 20만원이나 할증됐다. 앞으로 김씨의 사례와 같이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범퍼를 교체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감독원은 범퍼 긁힘 등 경미한 손상은 복원수리비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표준약관을 1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범퍼 교체율은 2013년부터 매년 70%를 상회했다. 금융당국은 지급보험금 100만원 이하 소액 사고가 약 230만건(68.8%)인 것을 볼 때 상당수가 경미한 손상임에도 범퍼 등을 새 부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범퍼의 긁힘 등은 간단한 복원 수리만으로 안전성, 내구성, 미관 등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경미한 손상에 대한 수리비 지급기준이 없어 피해자와 정비업체의 불합리한 부품 교체 요구가 빈발했다. 이러한 과잉 수리 관행은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전체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기준에 따라 충격 흡수에 이상이 없는 코팅 손상, 색상 손상, 긁힘과 찍힘은 경미한 손상으로 분류된다. 범퍼에 구멍이 나거나 안전상 문제가 있으면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외관상 경미하지만 범퍼 내부가 파손된 경우에도 부품 교체 후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다.
6월 30일까지 자동차보험
금융당국은 우선 외장부품 중 교체 비율이 높은 범퍼를 대상으로 경미 손상 수리 기준을 마련한 데 이어 앞으로 문 등 다른 부품에도 수리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