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877억원 규모의 격려금을 지급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격려금 전액을 사실상 회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3일 "회사(대우조선해양) 우리사주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316억원은 사실상 회수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나머지 561억원은 별도 임금 반납 방식으로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12월 격려금 877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해 최근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산업은행은 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류희경 수석부행장, 신형철 감사, 이대현 이사 등 4명의 지난해 성과급 전액을 반납받기로 했다. 반납 규모는 홍 전 회장이 5400만원가량이고 나머지 임원은 1인당 8000만원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경영실적평가 결과 지난해(A등급) 대비 두 단계 아래인 C등급을 받았지만 대규모 조선사 부실로 성과급 지급이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012~2015년 재임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을 5조4000억원의 회계 사기를 주도한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4일 소환한다고 3일 밝혔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격려금을 전격 회수하기로 한 데 이어 산업은행 등기이사 4명의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한 것은 구조조정 회사 관리에 고삐를 죄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20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이 드러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15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성과상여금 성격의 격려금 지급을 산업은행에 통보했다.
산업은행은 "손실이 났는데 무슨 격려금이냐"며 거절했지만 같은 달 22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격려금 지급을 담은 임단협(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서명을 강행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끝까지 도장을 안 찍어줬으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시 대우조선해양 노조 파업에 따른 해양플랜트 건조 지연 등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격려금에 퇴짜를 놓지 못했다"며 "유상증자에 이어 향후 받게 될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전액을 사실상 회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구조조정 실무진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이어 최근 국회 업무보고 질타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책임론은 불가피하지만 구조조정 지연의 장본인과 사후적으로 책임을 맡게 된 소방수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현직 실무진에 대한 정치권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오히려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이 등기이사 4명의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한 것도 이처럼 핵심 경영진 차원에서 책임을 떠안겠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휴직 이후 행방이 묘연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산업은행 비서실에 반납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산업은행은 전했다. 수출입은행도 이덕훈 행장과 홍영표 전무 등 5명이 성과급 전액(1인당 평균 6000만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정석우 기자 / 이현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