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국내 신용평가시장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는 제4신용평가사의 신규 진입을 위한 인가를 비롯해 단수평가제 도입, 공시제도 개선 등 그동안 금융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문제들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제4신용평가사 인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이번 공청회가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신규 신용평가사의 시장 진입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자리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제4신용평가사가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금융위가 이달 초 내놓은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 방안에는 '신용평가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평가시장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개편에 대한 세부 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며 이르면 8~9월께 관련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4신용평가사 자리를 두고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서울신용평가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꼽힌다. 서울신용평가는 현재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대한 신용평가만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에 회사채 평가 자격도 얻어 종합신용평가회사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신용평가는 최근 평가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제4신용평가사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자 한국기업평가에서 경력을 쌓은 윤우영 부사장을 영입해 신용평가업무 구축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무디스가 지분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한국 신용평가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시장 재편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아울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에도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코리안 페이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높은 배당성향이 한몫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각종 규제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개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이익의 9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제
3사 신용평가 수수료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시장을 3분의 1씩 점유해왔다.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신평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이후 국내 신용평가시장 개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