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화승인더스트리 ◆
BOPP(식품·문구·의류 등 포장재에 사용되는 필름) 생산업체로 주식시장에 데뷔한 화승인더가 25년 만에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필름'이 아닌 '신발' 덕분이다.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 원재료 상승 부담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 필름시장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사이 꾸준히 매출을 발생시키던 신발사업이 화승인더의 성장을 책임지는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 지난해 기준 화승인더의 매출 비중은 신발이 67%로 올해 말까지 73%로 확대될 전망이다.
화승인더는 '소재 업체→신발 제조(ODM·OEM) 업체→브랜드 업체' 구조로 짜인 신발산업 내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1969년부터 토종 브랜드 '르까프'로 익숙한 화승그룹의 ODM을 담당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글로벌 선두권 운동화 브랜드 업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에도 친숙한 '아디다스' '리복'이 대표적인 고객사다.
대형 고객사 관련 매출이 늘어나면서 화승인더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7468억원과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6%, 200.7% 증가했다. 특히 지난 1분기에만 6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시장점유율(2014년 기준 14%) 2위 업체 아디다스는 물량 중 15~16%를 베트남 생산기지인 화승비나(월 400만켤레 생산)에 맡기고 있다. 화승인더의 중국·베트남 생산기지를 합하면 아디다스 내 ODM 업체 중 점유율 2위다.
매출 확대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수익성이다. 베트남·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한 인건비 절감이 크게 기여한 것이다. 화승인더는 2002년 베트남 투자 결정 후 화승비나를 설립하고 2009년 지분 100%를 인수했는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대비 효용이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신발산업은 자본과 기술에 비해 노동집약도가 높은 산업으로, 디자인과 마케팅이 중요한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단가 절감이 핵심 경쟁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운동화 시장 생산기지는 베트남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신발 생산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해 보면 베트남은 155달러 선으로 260달러인 중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화승인더 관계자는 "화승비나의 경우 아디다스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네오라벨' 생산을 담당하면서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며 "베트남 생산기지를 통해 중국 생산 대비 한 켤레당 40%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급증에 따라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쌓이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681억원이었던 화승인더의 이익잉여금은 올 1분기 961억원까지 늘어나 상반기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9%, 36% 증가한 9600억원과 60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아디다스 그룹 매출 증가와 그룹 내 점유율 확대가 실적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시하는 화승인더 목표 주가는 1만2000~1만3000원 선이다. 화승인더의 지난 1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2650억원, 부채비율은 309%로 다소 높은 편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공장 신규 시설 투자를
그러나 100% 자회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화승비나 지분 100%를 가진 지주사)가 올 하반기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어 공모를 통해 자금이 조달되면 더 이상의 차입금 증가는 제한될 전망이다. 화승인더의 최대주주는 화승R&A(19.38%)이며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보유주식 수는 2378만여 주(42.98%)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