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발전본부'를 신설하고 동남(삼성·잠실), 동북(창동·상계), 서북(상암·수색), 서남(마곡)으로 흩어져 있던 서울시 4개 권역별 중점 개발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서북권을 제외한 3개 권역의 5년간 예산만 2조원이 넘는다. 서울시는 지역발전본부 출범과 함께 상암·수색역세권 개발로 대표되는 서북권 5개년 종합발전 예산안을 새로 수립해 올 하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20만7000㎡에 달하는 상암·수색역세권 개발은 경의선 수색역과 지하철6호선·경의선·공항철도가 지나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 차량기지 이전구역 등 철도 용지에 복합단지를 개발함으로써 단절된 상암과 수색지역을 하나로 묶어 디지털미디어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상암 DMC 개발만 이뤄지고 인근 수색동 일대는 다소 낙후된 상황이다. 상암·수색 역세권 사업은 코레일이 2007년부터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토지주들 간 갈등으로 속도를 못 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집중 개발 방안을 계획했지만 이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만간 상암 DMC역 일대에 지정된 개발선도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구상과 획지별 건축 계획 등을 세우기 위해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남권의 핵심은 마곡지구다. 2~3년 전만 해도 산업시설 용지와 아파트 미분양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지금은 개발 열기가 뜨겁다. 마곡은 조만간 지구 내 중심에 위치한 특별계획구역 개발 방안이 마련된다. 시는 전시·컨벤션(마이스)시설과 특급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김포공항 때문에 건축물 높이가 58m로 제한돼 있는데 이번에 고도제한이 완화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로선 대략 10~13층 정도 지을 수 있는데 올해부터 개정된 항공법에 따라 항공학적 검토를 거쳐 항공기의 비행 안전 등을 해치지 않을 경우 건물 높이를 올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90~100m 정도 건물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곡에는 현재 LG, 코오롱, 이랜드, 에쓰오일 등 총 96개 기업 유치가 이뤄졌으며 이 중 11개 기업이 올해 건물을 준공하고, 나머지 기업은 내년 건물 공사를 마무리해 입주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전체 산업시설 용지의 61.9%를 분양 완료한 만큼 이제는 양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R&D 산업단지로서 마곡의 기능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는 땅을 매입하고 연구소를 직접 지어야 하는 마곡 여건상 자본이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공지원시설'을 늘리고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 균형 있는 산업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토지 처분에 나선 6만여 ㎡ 크기 '금싸라기 땅'도 매각될 예정이다.
동북권에서는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상계동 일대 97만㎡를 개발하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 프로젝트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창동·상계 일대는 그동안 개발 사업이 거의 없었던 탓에 서울 지역에서도 존재감이 약했지만 서울시는 지하철4호선 창동역과 노원역 사이 시유지 등을 활용해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2025년까지 새로운 문화예술·지식형 R&D특화 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지난 4월 창동역 인근 환승주차장 용지를 활용해 컨테이너 61개를 쌓아 올린 '플랫폼 창동 61'은 첫 성과물이다. 이어 시는 민자를 유치해 국내 최초 아레나급 복합문화시설 '서울 아레나'를 건립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차량기지와 면허시험장을 이전시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를 짓고, KTX·GTX 노선이 연장(수서~의정부)되는 만큼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유지가 있어 개발 성패를 좌우하는 용지 문제에서 부담을 덜었지만 '서울의 변두리'라는 입지 여건상 민자를 끌어들이려면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개 권역 중 규모와 추진동력이 가장 큰 사업이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비롯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옛 서울의료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등 블록버스터급 개발사업이 즐비하다. GBC는 사실상 현대차 사업이어서 시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시가 특히 애착을 보이는 곳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다. 2025년까지 이 일대(41만4205㎡)를 스포츠, 공연·엔터테인먼트, 수변문화여가공간이 어우러진 글로벌 전시·컨벤션산업(MICE) 거점으로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 완성한 대략적인 마스터플랜과 시설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하반기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인 '기본계획' 등을 짜 민간사업자 공모 등의 행정절차를 밟는다.
전문가들은 한강과 탄천변 50만㎡ 일대 수변공간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한강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다른 해외도시에는 없는 서울만의 랜드마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화려한 돛을 단 요트와 각양각색의 수상보트 등이 수놓은 한강과 탄천변의 마리나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탄천 나들목 일부만 폐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국제교류지구 완공 예정시점인 2021년엔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이 활성화할 가능
매각이 연거푸 무산된 옛 서울의료원 용지도 두 개로 쪼갠 만큼 이번에 주인을 찾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천석현 지역발전본부장은 "권역별로 차별화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본부명에서 '균형'을 뺐다"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미래 성장 중심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