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분할상환 형태의 전세자금대출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요율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신보 출연요율은 대출금리에 포함된다. 따라서 출연요율이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그만큼 낮아진다.
현재 전세자금대출 주신보 출연료의 기준요율은 0.26% 수준이다. 금융위가 기준요율을 낮추면 은행은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해 0.2~0.3%포인트의 이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은행은 이 기준요율에 주택금융공사가 정한 우대요율을 뺀 0.16~0.17%포인트를 대출금리에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전세자금 5000만원(연 2.5%)을 2년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빌렸다고 가정하자. A씨가 2년간 내야 하는 이자는 250만원이다. 하지만 5000만원을 분할상환하면 금리가 0.2%포인트가량 할인된 연 2.3%로 빌릴 수 있다. 또 원리금을 매달 갚으므로 점점 원금이 줄어드는 구조라서 총 이자 부담은 1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절반 이상의 이자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전세자금은 대출 기간이 짧다 보니 분할상환 시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세자금은 전세계약(통상 2년)과 동일하게 대출 기간이 정해진다. 전세자금대출 원금 5000만원과 이자 120만원을 2년 안에 모두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대출 이용자는 매월 213만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생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체 전세자금 가운데 일부만 분할상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 대출액이 1억원이라면 그중 9000만원을 만기일시상환으로 두고 나머지 1000만원만 분할상환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전세 대출 1억원을 연 4% 이자로 받은 B씨가 있다고 하자. 그는 9000만원을 2년 만기일시상환으로 선택해 총 720만원의 이자 부담을 진다. 그리고 나머지 1000만원은 분할상환(연 3.8%)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2년간 총 40만원의 이자만 부담한다. 매달 43만원의 원리금을 갚으므로 부담도 비교적 작다.
다만 은행권과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런 전세자금 분할상환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다. 전세계약이 2년으로 짧고 만기일시상환이 시장에 통상적으로 자리 잡은 마당에 시장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총량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0.2~0.3%포인트의 이자 절감으로는 분할상환의 인센티브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억원을 연 4% 금리로 만기일시상환한다고 해도 총 이자 부담은 800만원이다. 부분분할상환(B씨 사례)에서 이자 20만원만 더 내면 매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사라지는 셈이다.
시중은행은 올해 초부터 전세자금대출 부분 분할상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시중은행은 주신보 출연요율 인하와는 별개로 분할상환 시 0.3%포인트의 이자 할인 혜택을 이미 주고 있다. 하지만 신청자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계약 갱신이나 이사 때 전세보증금이 바뀌지 않는다는 10년 기한의 분할상환 방식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매년 대출잔액이 급증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3년 말 28조원 수준이었던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4년 말 35조2000억원, 작년 말 41조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5월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세자금 주신보 출연요율 인하는 검토 단계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전세자금대출의) 상환 구조를 개선해 수건 돌리기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만기일시상환은 만기에 한꺼번에 (채무불이행 위험이) 생기는 것이므로 전세자금대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