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발행 공시 후 4일까지 이틀 동안 현대상선 주가는 33%나 폭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관리종목인 현대상선 주식을 공매도할 수단조차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2일 정규시장 종료 후인 오후 5시 52분께 2000억원 규모 CB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5개 채권 금융사에 배정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장중 현대상선에 직전 7거래일 평균치 대비 5배에 달하는 15만5655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날 현대상선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37%까지 이상 급등했다. 이 같은 공매도 비중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CB 발행 정보를 미리 파악한 기관들이 공매도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현대상선 대출금을 CB로 전환해 받기로 한 채권단은 산업은행(1484억원) 우리은행(139억원) 농협은행(119억원) 국민은행(86억원) 한국증권금융(172억원) 등 모두 5곳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단은 그동안 현대상선과 함께 채무재조정안을 협의해온 만큼 CB 발행 정보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다른 금융회사에 새어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매도는 국내 기관이 주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현대상선 주식을 각각 6만1137주와 2만3818주를 순매도했다. 순매도 상위 증권사 창구는 한국투자증권(4만6770주) 도이치증권(3만2467주) 현대증권(2만9444주) 메릴린치증권(1만2240주) 순이었다.
유상증자 공모에 참여했던 개인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CB 발행으로 신주 가치가 희석된 데다 대량 공매도 물량까지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CB 발행과 관련해 공매도가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누가 어떤 경로로 공매도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일반 주식에 비해 유리한 CB 전환 대상에서 일반투자자를 배제하고 산업은행 등 일부 기관 주주만 독점하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5일 금감원에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CB 발행 계획을 적시하기는 했다. 다만 374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증권신고서에서 해당 내용은 102쪽 반쪽 분량으로 기재돼 있다. 신고서 앞쪽 핵심투자위험에는 언급이 안 돼 사실상 일반 투자자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 측은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회사위험 항목을 통해 CB 발행 관련 상세 내용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일반 사채권자는 주식으로만 출자전환이 가능한 반면 채권과 주식 사이에서 유리한 대로 활용할 수 있는 CB를 산은과 몇몇 주주만 매입할 기회를 가진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CB 발행 시점도 신주 상장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이뤄져 문제란 지적이다. 신주 상장 후에 CB를 발행했으면 신주를 팔 기회라도 있었지만 신주 매도가 가능한 바로 전날이어서 공매도가 아니면 주가 하락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상선 채권단은 CB 발행 등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3일 해당 CB를 전환해 취득한 주식은 2021년 6월까지 매각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이 얼마 안 되는 차익 때문에 공매도를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유상증자, 해외 예탁증서(DR), CB 등 발행 때 기존 보유 주식의 주식가치 희석을 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