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거래소 산하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주주의 권리, 이사회의 경영 판단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개정해 발표했다. 이 모범규준은 일종의 자율 가이드라인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1999년 처음 제정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2003년 한 차례 개정을 거친 뒤 이날 13년 만에 두 번째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에 개정된 모범규준에 따르면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정책을 회사별로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유고(有故)나 퇴임에 대비해 구체적인 승계 절차와 임원·후보자 교육 방안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대기업에서 2·3세로의 승계가 진행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호텔롯데 상장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사회 내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법에는 금융사에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해 개정된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지배구조 원칙 개정안에 맞춰 모든 기업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등기임원 여부와 상관없이 주요 경영진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라고 권고했다. 보수 산정 기준, 보수 내용, 실수령 보수, 주식매수선택권, 퇴직금 등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올해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보수총액 기준 상위 5명과 내역을 반기에 한 번씩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번 모범규준은 상위 5명이 아니더라도 주요 경영진에 속한다면 보수총액 등을 공개하도록 해 한발 더 나아갔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논의한 후 이르면 올해부터 모범규준에 '원칙준수·예외설명' 규칙을 적용할 것"이라며 "모범규준이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지니는지는 '원칙준수·예외설명' 규칙의 적용 범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제도 정착을 위해 초기에는 기업 반발이 거세지 않
이에 대해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상장사는 모범규준이 바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거래소가 기업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사실상 강제력을 띠는 규정을 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