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그동안 없던 벤치마크지수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중소형 성장주 발굴에 주력하던 펀드매니저들이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고 대형주를 사기 시작했다"며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시장에서 국민연금을 추종하는 기관 자금의 추가 이탈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중순 자산운용사들에 유형별로 순수주식형과 장기투자형, 대형주형은 벤치마크지수의 50% 이상을, 사회책임투자와 가치주형은 60% 이상, 중소형주는 20% 이상을 복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코스피200 같은 벤치마크지수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투자 비율 준수 여부까지 따지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펀드매니저는 "연말까지 벤치마크지수 비율을 맞추려면 작년에 많이 담았던 음식료, 제약·바이오 업종 등 코스닥 중소형주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주가가 부진한 종목 위주로 먼저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벤치마크지수 준수 비율을 지키기 위해 IT 부품주 비중을 줄이는 한편 네이버, 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더 샀다"고 전했다.
그동안 펀드매니저들은 국민연금이 위탁한 유형별 펀드를 운용하면서 벤치마크지수에 포함된 종목 이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자율적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복제율을 준수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선제적으로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다.
한 펀드 매니저는 "일부 종목은 기관 자금이 빠지면서 실적이나 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도 2013년 2.2%, 2014년 1.9%, 2015년 1.8%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 투자 비중은 30분의 1 수준이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 당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중소형주 '팔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매년 코스닥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번에도 잘 안 먹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장사들도 국민연금을 추종하는 기관 자금의 연쇄적인 이탈을 염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주들만의 얘기"라며 "중소형 액티브 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점은 알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소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염려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중소형주는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소형주 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20%로 벤치마크 준수율을 낮춰 매니저들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벤치마크지수를 중심으로 자산 배분 원칙을 재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