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만 더 기다렸다가 은행 창구에서 (공과금 납부) 처리해야지” (68세 A씨)
“고객님, 공과금 납부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에서도 가능합니다”(은행 직원)
A씨는 공과금 납부 문제로 은행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A씨는 번호표를 뽑아 들고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A씨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 냉방이 잘되는 은행을 방문하는 게 하나의 일과다.
스마트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고객들이 은행 창구 방문이 늘어나면서 요즘 지방은행들이 울상이다. 이들이 창구직원 일손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저조한 직원들의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으뜸인 전라북도 지역의 전북은행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 주민등록인구는 187만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5%다. 이는 전국 고령자 평균 비율인 13.1%에 비해 5.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북은행의 65세 이상 고객 비율이 타은행 대비 높다. 지난해 전북은행 전체고객 중 65세 이상 고객 비중이 10.29%다. 시중은행인 B은행의 경우 이 비중이 8.41%로 10% 미만인 것과 비교된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에 놓일 은행의 미래상을 보려면 전북은행을 참고하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지점 수를 줄이기도 어렵다. 전북은행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호남지역에 6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점을 꾸준히 찾는 고령 고객들을 위해 지점의 수를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북은행 인건비는 증가 추세다. 2013년 총 1027억원이던 종업원 급여는 지난해 총 1035억으로 증가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북은행은 일반직과 텔러로 직군을 구분해 따로 뽑던 채용제도를 지난해부터 ‘정규직 7급’ 동일직군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바꿨다. 초봉도 3300만원으로 조정했는데, 기존 일반직 신입사원 초임보다 낮추고, 텔러 초임보다는 높인 것이다. 전북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직원 수를 더 뽑더라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은 고령고객들의 스마트 기기 적응을 위해 다양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고령 고객을 위한 스마트뱅킹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카페 형태로 새롭게 단장한 전북은행 남문지점은 고령 고객이 스마트뱅킹을 직접 이용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매장 내에 스마트뱅킹 설치나 이용방법을 상세히 적은 안내 책자도 비치 중이다.
전북은행은 아르바이트생을 파견해 고령 고객의 ATM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매달 공과금 등을 납부하고자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ATM을 이용해 납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공과금을 ATM서 한 달에 한번 납부하다보니 가르쳐 드려도 금새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ATM을 이용해 공과금 납부를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노령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정공법을 펼치고 있는 지방은행도 있다. 부산은행은 ‘실버프리미엄정기예금’은 가입연령에 따라 만 70세 미만은 0.6%포인트, 만 70세 이상은 0.7%포인트, 만 80세 이상은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고, 4000만원 이상 가입고객에게 건강상담, 병원 예약 및 할인, 건강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은 우대 금리를 적용해줘서 금리에 민감한 고령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대구은행도 ‘할매할배 예금적금’을 내놓았다. 이는 거래실적에 따라 제공하는 우대금리 외에도 2대 가족 및 3대 가족이 함께 살면 0.1∼0.2%포인트의 특별금리를 제공해주는 상품이다.
JB금융의 또다른 계열사인 광주은행은 지난달 아예 어르신 전용점포 2호점을 개점했다. 비대면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창구거래시 발생되는 각종 수수료 면제는 물론, 지점을 방문해 정기예금을 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반응이 뜨겁다.
고령 고객을 위한 맞춤형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한 광주은행 은행장은 “급변하는 첨단 금융환경 속에서 소외받고 있는 어르신을 위한 전용점포 확대 및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및 지역은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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