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본업인 기업 구조조정 업무 보다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서민금융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제 위기로 기업들은 몸집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정작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캠코는 ‘방만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자사가 운영하는 국민행복기금을 오는 9월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캠코가 관리·운영해오던 공적 기금으로 6개월이상 연체된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 채권을 채무조정해주고 있다. 금융소외자의 과도한 채무 부담을 줄여 회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으로 캠코의 본업인 기업구조조정과는 별도의 업무이다. 서민금융의 컨트롤타워인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된 이후 관련 인원과 업무가 모두 이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민금융진흥원은 국민행복기금의 주된 업무는 캠코에 위탁해 기존대로 운영키로 했다. 캠코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에 국민행복기금이 자회사로 들어가더라도 140여명에 달하는 국민행복기금 관련 캠코 부서나 인원은 그대로 갖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은 설립법상 채무조정 등의 사업 수행 근거가 없어 정부 방침에 따라 국민행복기금 주요업무는 그대로 공사가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캠코가 공사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계속해서 서민금융지원 업무를 가져가는게 맞는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캠코는 1962년 금융회사 부실채권 정리, 기업구조조정 등을 목적으로 국내 최초 부실채권정리기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출범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때 채무조정을 통한 개인 부실채권 정리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서민금융 및 신용회복 지원’ 자체를 공사 업무에 추가했다.
여기에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후보 공약에 따라 국민행복기금이 설립됐다.슬그머니 본업 이외의 큰 부업을 영위해오며 조직을 키워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전엔 공적 기금인 국민행복기금을 민간 기구인 신용회복위원회 등에 맡길 수 없으므로 차선책으로써 공공기관인 캠코에 맡겨온 것”이라며 “이젠 법률에 따라 설립되는 서민금융진흥원으로 국민행복기금 업무를 이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캠코는 한국 경제가 잘 풀리면 업무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며 “부실채권 처리 관련 핵심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캠코는 본업인 기업구조조정 부문에서도 ‘방만경영’을 해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실채권정리기금 및 구조조정기금이 청산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업무가 크게 줄었으나 관련 인력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은 지난 3월23일~4월8일 캠코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관운영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구조조정기금이 각각 2013년 2월, 2015년 3월에 청산되면서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보유액은 2009년말 9조4836억원에서 지난해 6378억원으로 93.3%가 줄었다. 이처럼 업무량은 크게 줄었지만 부실채권 인수·정리 업무와 관련된 공사 정원은 2009년말 683명에서 지난해말 836명으로 오히려 증원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국가 경제위기 극복 등 일시적인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기금 설치로 인해 확대했던 정원을 업무 환경에 맞춰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박준형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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