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신흥국을 향하고 있다"며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업황과 낮은 밸류에이션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펀드 리서치 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6월 30일부터 8월 10일까지 6주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향후 신흥국 증시 전망이 좋다고 보고 전 세계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을 넣은 것이다. 이 기간 총 순유입된 글로벌 펀드 자금은 총 139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 세계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은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EPFR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GEM 펀드에서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0.62% 수준이었다. 하지만 9개월 뒤인 지난달에는 이 비중이 0.7%로 무려 0.08%포인트나 상승했다. 대만 주식이 GEM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67%에서 0.7%로 0.03%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IT산업이 강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89%에서 0.82%로 9개월 만에 0.07%포인트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가 예상되자 중국 비중을 줄이는 신흥국 펀드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위안화 가치는 다른 신흥국 통화 가치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위안화는 중국의 부채 문제와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높은 신흥국들의 통화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중국에서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차 이머징마켓 유동성 랠리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월 말 시작해서 7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 강하게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은 7월 마지막주부터 지난 8일까지 잠시 쉬다가 9일부터 다시 순유입 강도가 세진 상황이다. 유동성 랠리 상황에서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기업에도 골고루 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경향이 있다.
임경근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부문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 일부 실적 개선주에만 외국인 자금이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대형주 전반으로 투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도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8조원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올해 2월 이후 국내 증시로 들어온 자금은 11조원밖에 안 된다"며 "앞으로 7조~9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