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면적 60~85㎡ 택지 공급가 기준을 조성원가에서 감정평가액으로 바꾼 후 땅값이 약 20% 뛴 동탄2신도시. [매경 DB] |
가격 현실화를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땅 공급가격 기준을 바꾸기로 해서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소형 가격이 오르는 만큼 서민들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는 국토부가 행정예고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일부개정안을 철회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날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전용 60㎡ 이하 분양주택용지 공급가격 책정 기준을 당초 조성원가 이하에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꾸는 것이다.
동탄2신도시처럼 LH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만드는 대규모 신도시부터 마곡지구 등 SH공사가 만든 도시개발지구까지 공공 주체가 조성해 민간에 파는 땅이라면 모두 이 지침의 적용을 받는다. 이미 16일부로 행정예고가 끝난 만큼 조만간 국토부가 개정안을 고시하면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용 60㎡가 넘는 주택용 택지 공급가는 감정평가액을 기준 삼아 정해야 하지만 그 아래 면적용 택지값은 수도권의 경우 조성원가의 95%, 부산권과 광역시는 90%, 기타 지역은 80%를 상한선 삼아 맞추도록 돼 있다.
그러던 것을 이번에는 모두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땅마다 차이가 크지만 감정평가액은 조성원가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다.
이미 전례도 있다. 2014년 국토부는 전용 60~85㎡용 택지공급가 선정 기준을 당초 조성원가의 90~110%에서 감정평가액으로 바꿨다. 그 결과 제도 변경 전인 2012년에 팔렸던 동탄2신도시 택지의 ㎡당 공급가격은 182만원이었지만 바뀐 제도가 도입된 후인 2014년에는 217만원으로 뛰었다. 한 감정평가사는 "필지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심할 경우 감평액이 조성원가보다 30% 이상 높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택지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만큼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모든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공급을 이어가려면 원래대로 택지공급 가격을 조성원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LH가 아파트 분양용 땅 중 일부를 뉴스테이용 땅으로 바꿔 팔고 있는데, 현재 규정대로라면 임대용으로 용도를 바꿨다고 해도 땅 공급가격은 당초 용도인 분양주택용에 맞춰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값이 뛴 전용 60㎡ 이하 택지를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 안대로라면 지자체도 예전보다 비싸게 땅을 팔 수 있어 이득"이라면서도 "땅값을 높여 LH 부채를 줄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