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각국 증권거래소는 자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 또한 성장성이 높은 중국 기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인기는 상당하다.
최근 몇 년간 한국증권거래소는 해외 우량기업 유치에 힘써 왔다. 자금 조달을 고민하고 있는 해외 기업에 한국 증시의 높은 유동성과 저렴한 상장비용 등을 적극 홍보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한국증권거래소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몇몇 중국 기업의 불성실공시 및 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고,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에스칩(S-Chips·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싱가포르시장에서 크게 각광받는 투자처였다. 2004년 4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9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듬해인 2005년 1월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21%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에 횡령 위조 회계조작 등 중국 기업의 스캔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들 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싱가포르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결국 규제당국은 그때 이후 중국 기업들에 대한 상장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0년 중국 기업 42개가 미국시장에 상장되면서 이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관심종목들 중 하나로 꼽혔다. 이들은 주로 우회상장을 통해서 나스닥시장에 입성했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하게 세계 최대 증시인 미국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부터 2년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상장폐지되거나 거래 정지된 중국 기업이 50개가 넘었고, 이들은 곧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은 감사법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결국 미국에서도 감독기관과 거래소가 중국 기업 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이렇게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보이며 현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갔다. 결국 감독기관들이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 상장하려고 하는 중국 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중국 기업은 초저금리의 대안으로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때 단순히 중국시장의 성장에 편승해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데이브 왕 트러스톤싱가포르 애널리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