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 보험사 장기전략 실종
흥국생명은 2005~2010년 6명의 대표가 있었다. 임기가 1년도 채 안 되는 셈이다. 그나마 2014년 6월 취임한 김주윤 현 대표가 장수하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 보험사 대표들 임기는 대개 2년 또는 3년이고 1년 또는 2년씩 연장되는 구조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CEO 임기는 매우 짧은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표 임기가 짧으면 그만큼 장기 계획을 짜지 못하고 단기 실적에 얽매이며 위험도 높은 상품 개발, 새로운 대표가 올 때마다 전략 수정에 따른 불필요한 사업비 집행 등이 벌어진다"면서 "이러다 보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업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회사는 점점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실적은 부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올해 상반기 각각 391억원, 9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3%, 41.9%나 감소한 수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이 많이 팔려 초기 사업비가 많이 나갔고 과거보다 보험료 지급이 많았다"고 답변했다. 흥국생명의 시장 점유율(보험 매출 기준)은 지난해 말 4.8%에서 올해 상반기 4.6%로 하락했다.
올해 초 실손보험료를 44.8%나 올렸던 흥국화재 역시 단기간에 실적이 돌아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장기보험이기 때문에 갱신 기간이 길어 보험료 인상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것이고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상반기 대비 21.1% 늘어났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흥국화재의 실적 부진은 더 뚜렷해진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실적 부진 여파로 CEO 교체도 잦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월 23일 4040원(종가 기준)이었던 흥국화재 주가는 24일 현재 16% 하락한 3395원까지 내려앉았다. 증권가에서는 흥국화재에 대한 리포트가 최근 5년간 단 1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업계 최하위권이다. 24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RBC는 각각 198%, 151%다. 업계 평균인 297.1%, 269.1%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임은 물론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보험사의 RBC는 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얼마나 지급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낮은 만큼 보험금을 제대로 줄 여력이 낮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 자체가 장기간 고객의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위험보장이 중요하다"며 "태광 계열 보험사들의 RBC가 낮다는 점은 장기 안정 경영이 힘들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특히 업계에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2020년 본격 시행 때 부채의 시가 평가로 인해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태광 계열 보험사들이 이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3~4년간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사업구조로 개편하고 자본금을 착실히 쌓아가야 하는데 임기 짧은 대표들이 그럴 수 있겠느냐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상위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