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수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ELS 투자를 늘렸다가 중국발 쇼크, 브렉시트 같은 증시 급등락 국면에서 눈덩이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런 고위험 때문에 ELS 위험회피(헤지) 운용 업무는 파생상품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온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한화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자체 헤지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자 금융감독원이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2008년과 같은 대형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ELS가 '제2의 키코'로 돌변해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들도 무더기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화증권의 ELS 발행잔액은1조660억원이며 이 가운데 60%인 6100억원을 자체적으로 헤지 운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평균 자체 헤지 비중 53%보다 꽤 높은 것이다. 이와 별도로 한화증권은 다른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S 1조원어치를 '백투백' 방식으로 운용 중인 사실이 최근 금감원 점검에서 처음 밝혀졌다. 백투백 거래는 다른 증권사에 통상 0.5% 정도 수수료를 주고 헤지 운용에 따른 손익과 리스크를 함께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백투백 거래는 보통 국내 증권사가 파생상품 경험이 많은 외국계 IB에 맡기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운용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한화증권이 무리하게 다른 증권사 ELS 위험까지 떠안았다가 거액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이 재직했던 지난해 이 같은 백투백 거래를 크게 늘렸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대우 본점에서 8개 주요 증권사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장 상황 급변 땐 헤지자산 운용 손실이 크게 늘어나 증권사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ELS 자체 헤지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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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