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등 경쟁 업체들은 반사이익 기대감에 급등세를 연출했고, 추가 자금 지원 염려에 그동안 주가가 억눌려 왔던 대한항공·한진칼 등 그룹 주력 상장기업들도 불확실성 해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현대상선은 전일 대비 1900원(25.57%) 오른 9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상승분(7.53%)을 합하면 이틀간 33% 급등한 셈이다. 경쟁사인 한진해운의 자력 회생이 어려워진 데다 이날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덕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5거래일 평균 170만주였던 현대상선 거래량은 전날 1288만주, 이날 5073만주로 급증했다. 한진해운이 영업에 차질을 빚으면 국내 원양노선(미주 중심) 경쟁사인 현대상선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중견 해운사인 흥아해운도 이틀간 15.5% 급등했다. 흥아해운은 연근해(아시아) 지역 노선 주력인 해운사로 한진해운의 영업이 어려워지면 추가로 화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13년 49개 컨테이너 노선을 운영하던 팬오션의 회생절차 이후 운영 노선이 빠른 속도로 정리되면서 연근해 선사들의 수익성이 상승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말미암아 아시아~미주 화물 노선 지형은 새롭게 바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화주들 성향에 따라 반사이익을 보는 선사가 달라지겠지만 대형 화주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진해운의 아시아 시장 물동량이 해외 선사들에 대거 흡수될 가능성을 염려했다.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노선 시장 점유율은 7%대로 머스크(9%) MSC(7%) 등 글로벌 1·2위 해운사와 비슷하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태평양 노선과 유럽 노선에서 한진해운의 점유율이 높았는데 이제 그 물량이 빠지게 되면 결국엔 나머지 선사들에 분배될 것"이라며 "국내 화주들은 국내 다른 선사를 찾을 가능성이 큰 반면 해외 화주들은 근거리 선사에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방 연구원은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일본 NYK 등 아시아 역내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업계의 공급과잉이 일부 완화되고, 이달부터는 해운업계 성수기로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선박 운임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해운 보유 지분 33.2%에 대한 손상차손(관계기업투자자산) 1630억원과 한진해운 영구교환사채에 대한 차액 정산금 1100억원 등 최대 3833억원 규모 한진해운 관련 손실 반영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이 한진그룹 자구안을 받아들였다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대한한공이 부담해야 했고, 이것이 주가 할인을 초래해왔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과잉인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한진해운발 악재 시에 번번이 주가가 출렁였던 한진칼은 이번 호재로 재평가 기회를 맞았다.
[이용건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