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 후폭풍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해운은 (한진그룹)계열사와 절연된 게 아니고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남의 기업이 아니다"며 "한진해운이 돈을 받고 운송해준 만큼 떠 있는 선적에 대해 한진그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이 계열사 차원에서 담보대출을 요구하거나 한진해운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경우 현대상선이나 산업은행을 통해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긴급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임 위원장은 전했다. 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법정관리 신청 직후 조 회장이 임직원 대상 편지에서 "회사 회생을 위해 그룹 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조 회장을 겨냥해 "기업의 신용이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한진해운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신용도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각의 지적으로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게 폄하되면 '제2의 변양호 신드롬'이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선적 처리 등 긴급자금 조달과 관련해 채권단뿐 아니라 정부 보증 역시 구조조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임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날 오후 한진그룹은 향후 2년간 4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 1000억원대에 달하는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 개인 유상증자 참여 등 지난달 말 법정관리 신청 이전부터 되풀이해온 지원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물류대란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자율협약 중단 직전(지난달 29일)에 들고온 자구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채 나머지 5000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주장만 되풀이해 검토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상증자의 경우 법정관리 개시 이후인 지금 상황에서는 배임 소지도 크다"며 "한진그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개시한 서울중앙지법은 5일 물류대란 해소 등 회사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지원 방안을 정부·채권단과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상장·공모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별도 상장 요건인 일명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테슬라는 창업자 앨런 머스크가 2004년 설립한 이후 2010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때까지 줄곧 적자 상태였지만 상장을 통해 얻은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로 성장했다. 테슬라처럼 적자 기업도 성장 잠재력만 있다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별도 요건을 만들겠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내 증시는 상장기업 도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매출과 이익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상장을 허용하는 등 엄격한 재무적 기준을 적용해왔다"면서 "기업이 자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가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화 단계임을 감안하면 현행 제도는 공모자금의 효율적 활용 기회를 제약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가 만약 한국 기업이었다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곤란했을 것"이라며 "상장·공모제도 개편을 통해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고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은 적자 상태에 있더라도 상장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자 기업이라도 연구개발(R&D)이나 생산 기반 확충 등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라면 이와 관계없이 상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다만 적자 기업이 무분별하게
[최재원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