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술주 중심 증시인 나스닥을 벤치마크해 만든 코스닥이 원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나스닥이 수차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거꾸로 극심한 소외에 시달리고 있다.
7일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6.6포인트(0.97%) 하락한 672.66에 마감해다. 올들어 1.4% 하락했다. 반면 나스닥은 같은기간 5.4% 상승해 차이가 4배 가까이 벌어졌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연기금 등 기관 매수세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로 매수가 몰리고 있는 ‘꼬인’ 수급구조가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다 전세계 증시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주도주들이 나스닥에는 즐비하지만, 코스닥에는 없는 탓도 크다. 나스닥에는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알파벳 테슬라 페이스북 아마존 등 쟁쟁한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코스닥에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상장사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면서 이와 관련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스닥에는 코스닥과 달리 신기술을 갖춘 대형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과 나스닥은 이름만 비슷할 뿐 성격이 판이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선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업종이나 사업 성격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NYSE) 또는 나스닥 시장을 선택하지만 한국에선 주로 기업 사이즈을 고려해 코스피 또는 코스닥 상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바이오 대형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코스닥이 나스닥과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상장사가 정보기술(IT) 업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뜯어보면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은 IT라기 보다는 ‘조그만 상장사들이 몰려 있는 마이너리그’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1~2개월새 코스닥시장 부진은 국민연금의 외면 탓이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국민연금은 연초에 주식 투자 전략을 개별 종목 중심인 액티브(Acive)에서 인덱스 중심 패시브(Passive)로 전환하면서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중소형주는 대거 매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자금을 맡긴 운용사에 코스피200지수 등 벤치마크 추종비율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시장 수급 변화에 맞춰 운용사 연기금 등 다른 기관들도 주요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형주를 덩달아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 부진은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로 수급이 꼬였기 때문”이라며 “요즘같은 상황에선 수익성 좋은 중소형주도 오르기 어려워 기관들이 너도나도 코스닥 종목부터 팔아치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인덱스 위주로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주식시장 상장,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전략은 여타 연기금·공제회 등에도 영향을 주므로 중소 상장사들이 느끼는 자금난은 수치로 드러나는 주가하락률보다 훨씬 심각하다”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코스닥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한국거래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모두 코스피 시장으로 직행하거나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동해 ‘외면’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판 구글인 네이버,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 등이 대거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며 “코데즈컴바인과 같은 만년 적자 관리종목이 지난 3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는 등 이상현상이 나타나자 신뢰가 더욱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당분간 코스닥 시장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시장은 글로벌 경기개선과 우호적인 수급여건 덕분에 안정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코스닥은 당분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공개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용환진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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