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8일(17:4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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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의 신용상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3년동안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저하된 데다가 국내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향후 가계대출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은행권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진 나이스(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저금리 심화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은행과 캐피탈사의 신용위험 점검'을 주제로 열린 행사를 통해 수익성을 나타내는 ROA(총자산이익률)와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및 충당금 적립 비율의 2013~2015년 평균치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2010년의 평균치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은행권의 평균 ROA(총자산이익률)는 0.2%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0.4%)보다도 0.2%포인트 낮다. 고정이하여신 비율 역시 금융위기 당시 1.4%에서 최근 3년간은 1.7%로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저하되면서 충당금 적입 비율도 하락해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은행권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작은 충격에도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은행별로는 5대 취약업종(조선·해운·철강·건설·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이 높은 곳일 수록 자본적정성 지표 하락이 뚜렷했다. 김 연구원은 “산업,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특수은행의 주요 부실화 기업 비중이 89.6%로 절대적인 수준이지만, 조선과 해운 업종 전체로 확대하면 일반은행의 익스포져도 적지 않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KEB하나 BNK부산 BNK경남 DGB대구 광주은행의 5대 취약업종 여신 비중은 각각 10%씩을 넘는다. 또 NH농협은행과 우리 KEB하나 BNK부산 BNK경남은행 등은 조선업 여신 비중이 은행권 평균치(1.8%)를 넘어선 상태다.
김 연구원은 “부산, 농협, 경남, 우리은행의 경우 강한 스트레스를 주었을 떄 자본적정성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은행권 전체적으로는 우수한 자본완충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5대 취약업종 여신비중이 높고 자본적정성 지표가 열위한 은행은 추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최근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의 손실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코코본드의 손실 흡수구조로 은행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취약산업 구조조정 확대시 충격 흡수력이 낮은 은행에 대해선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