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9일 큰 폭 약세를 보였다. 북한 핵실험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매도가 나타나 채권값이 하락(금리 상승)한 탓이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추가 인하에 대한 신호를 주지 않은 것도 국고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채권값은 전날보다 0.040%포인트 하락한 1.328%를 기록했다. 오전 장에서 0.020% 하락세를 보이던 국고채 3년물 채권값은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가중되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5년물과 10년물 역시 채권값이 0.049%포인트 하락한 1.376%와 0.043%포인트 내린 1.512%를 나타냈다. 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도 채권값이 각각 0.033%포인트와 0.030%포인트 하락했다.
오전 장에 나온 북한 핵실험 소식에 한은 기준금리 동결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매도세가 심해졌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국고채 선물을 대거 매도해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한국물 디스카운트를 예고했다. 외국인은 국고채 3년 선물에서 1만1175계약(약 1조1175억원)을 매도했고, 10년 선물에선 8845계약(약 8845억원)을 팔아치웠다. 10년물의 경우 외국인 채권 선물 사상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수치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 기준금리 하한선도 상승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내에 더 내려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가 거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증권운용부 관계자도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데다 전날 ECB의
금리 동결에 대한 실망감까지 반영되며 순매도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욕 런던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선 한국물 가산금리(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염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098.4원으로 전날보다 5.8원 하락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