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여의도 본사 1관 10층에서 근무하던 경영법무실 직원들은 올해 3월 브랜드실이 위치한 6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두 부서의 동거는 공용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갈등의 씨앗을 키우기 시작했다. 브랜드실 직원들은 공용화장실에서의 법무실 직원들의 끊이지 않는 양치질로 화장실이 붐비는 것이 불만이었던 것. 하지만 점심시간 상대와 마주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법무실은 업무 특성상 외부 미팅이 많아 식사나 간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하는 횟수가 많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국 브랜드실 직원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직접 경영법무실에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브랜드실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간 현대카드의 브랜딩에 집중했던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해 경영법무실에 특별한 선물을 전달하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회의를 거쳐 지난 7월 브랜드실은 쪽지와 함께 치약, 칫솔을 경영법무실 전직원들에게 환영의 선물로 제공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에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세련되고 명확하게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현대카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양치질을 많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작은 선물은 경영법무실 여러분께서 들고 다니시는 치약의 브랜드가 보다 좋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마련했습니다. 이 치약은 치약계의 샤넬이라 불립니다. 저희가 브랜드에 민감합니다” 글씨체는 진지함을 강조하기 위해 ‘궁서체’를 사용했다.
뜻밖의 공격과 선물을 동시에 받은 경영법무실 역시 반격을 준비했다. 경영법무실은 9월 브랜드실에 케이블 타이와 자 기능이 있는 볼펜 등을 전달했다. 브랜드실에 정리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케이블 타이를 선물하며 외부 미팅이 잦아 깔끔함을 중시해야 하는 경영법무실의 업무특성을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숫자를 담은 자를 선물하며 브랜드실은 광고, 라이브러리, 슈퍼콘서트 등 크리에이트브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경영법무실이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해결해주겠다는 공조의사도 밝혔다.
치약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대외 업무 시 부담 없이 입을 벌리게 되고, 언변도 200% 이상 느는 등 효과 만점이네요^^”
일화를 들은 정태영 부회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브랜드실과 법무실 부서 분위기가 상극이다. 한 쪽은 법률 검토를 하는 착한 범생들이고 다른 한 쪽은 자유로운 영혼들”이라며 이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좋아요 2562개 공유 146회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말랑말랑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간의 현대카드의 노력이 사내에서 선물과 편지를 통한 ‘유쾌한 디스전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