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100위로 구성된 대형주는 지난달 1.8% 올랐지만 이달 들어 20일까지 0.4% 하락했다. 300위밖 종목으로 구성된 소형주는 지난달 4% 빠졌지만 이달 들어 2% 반등했다. 전체 상장 종목 가운데 90%가 코스피 기준으로는 소형주에 해당하는 코스닥도 지난달 6% 하락했다가 이달에는 1.6%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 소형주와 코스닥은 대체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101~300위에 해당하는 중형주는 지난달 1.5% 떨어진 데 이어 이달에도 1.4% 추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9월 들어 대형주가 주춤한 것은 '삼성전자 효과'가 7~8월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형주와 코스닥이 반등한 것은 지난달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형주는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현재 구조조정 중인 상장사가 가장 많이 포함된 카테고리이다 보니 투자자들에게서 계속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형주 소외 현상은 올해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월 4일부터 9월 20일까지 코스피 시총 1~100위인 대형주와 시총 300위 밖인 소형주는 각각 7.1% 상승했지만, 101~300위인 중형주는 2.1% 하락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대형주는 4% 올라 코스피 수익률(2.8%)을 넘어섰으나, 중형주는 거꾸로 1.8% 밀렸다.
하지만 최근 대형주의 수급 상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중형주의 반등 시점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6월 말부터 대형주를 꾸준히 순매수하고는 있지만 7월 3조4000억원, 8월 8000억원으로 그 강도가 급격하게 둔화됐다. 9월 들어선 지난 13일까지 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지난 7월 2조5000억원, 8월 4000억원어치의 대형주를 순매도한 데 이어 9월에도 지난 13일까지 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 강도는 약화되고 있지만, 기관 매도는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중소형 펀드의 자금 유출 속도는 둔화되는 추세다. 코스닥이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94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중소형 펀드 자금 유출 규모는 850억원 선에 그쳤다. 일부 중소형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NH-아문디올셋성장중소형주 펀드로는 최근 한 달 새 77억원이 들어왔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추석 이후 코스닥 성과가 좋아진 것은 그간 낙폭이 과대했던 소형주 반등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최근 미국 나스닥에서 바이오 업종 등이 상승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 상황이 중형주에 우호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FOMC 회의가 시장 기대대로 금리 동결로 마무리된다면 낙폭 과대 순으로 주가 반등 탄력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코스닥의 경우 특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이익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도 중형주의 상승 추세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추이를 보면 최근 1개월간 대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0.8
다만 중형주의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추세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가 바닥을 통과한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국면에선 대형 가치주가 우위를 보였다는 점에서 중형주 반등이 적정선을 넘어 추세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