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공시제가 시행된지 1년이 넘었지만 ‘매도보고서 실종 현상’은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각 증권사들이 발간(지난 21일 기준)한 기업 분석보고서 1만7143개를 분석한 결과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보유 주식의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도 21건(0.12%)에 불과했다. 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야한다는 의견을 낸 보고서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일한 매도 의견은 지난 3월 8일 HMC투자증권이 대우조선해양을 분석한 보고서였다. 당시 HMC증권은 “대우조선이 전년도 4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올해도 수주 부진 등으로 인해 실적 개능성이 낮다”며 팔 것을 권유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3월 10일 종가기준 연중 최고치(618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7월 15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우리 정서상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볼수있는 ‘비중축소’ 보고서를 1회 이상 내놓은 증권사도 8곳에 불과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6건의 비중축소 의견을 냈다. 하나금융투자(3건), KTB투자증권(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비중축소 보고서 역시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0.5%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는 각 증권사가 리서치보고서를 발표할 때 최근 1년간 회사의 투자의견 비율을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매도보고서 발간을 유도하는 데에는 여전히 별로 효과가 없다는 상황이다. 올 3월 하나투어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간의 갈등 이후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과 합리적 비판이 가능해야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장 애널리스트들은 매수위주로 의견을 내는게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증권사들이 커버하는 기업들이 한정된 상황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을(乙)의 위치에 있는 증권사가 불이익을 감수하며 매도보고서를 내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글로벌 투자은행처럼 브랜드파워가 있고 투자자 네트워크도 강해 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향후 나온다면 매도보고서가 지금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황 실장은 “매도보고서가 적은 상황에서 중립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목표주가 설정이 지나치게 장밋빛인 경우가 수두룩한 것도 문제다. 일부 종목은 목표주가 괴리율이 100%를 넘는경우도 있다. 현재주가가 목표주가 대비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의미다.
에프앤가이드가 최소 3곳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AJ렌터카의 목표주가 괴리률은 112.84%에 달했다. 시장에서 AJ렌터카의 적정주가를 2만667원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주가는 1만원 미만 수준이다. 의류전문회사인 엠케이트렌드도 2만9743원의 평균 목표주가가 제시돼 있지만 현재는 반토막 수준에 머물러 있어 괴리률이 104.42%다.
이처럼 목표주가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저평가 종목으로 볼 수도 있다. 향후 주가가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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