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거래 시장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그동안 과열됐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 탓에 최근 들어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도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논현동 학동사거리 소재 지상 8층짜리 중소형 빌딩은 지난달 445억원의 가격에 손바뀜됐다.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라는 이점을 앞세워 당초 이 건물 소유주인 법인이 500억원대에 시장에 내놓았던 곳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고민 끝에 매도가를 기존 호가보다 10% 이상 낮췄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다른 법인과 현재 계약절차를 진행 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래 매입가보다 싼 가격에 팔린 ‘손절매’ 빌딩까지 등장했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역세권인 성동구 홍익동 지상 5층짜리 건물은 최근 75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는 기존 소유주가 불렀던 호가 80억원 뿐 아니라 7년전인 2009년 매입당시 거래가격인 76억6800만원보다도 낮다.
꼬마 빌딩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올 여름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금융권의 수익형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임대수익 악화 우려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꼬마빌딩의 메카인 서울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역삼동 테헤란로에서도 콧대를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연면적 3800평, 지상 15층 규모의 역삼동 빌딩은 900억원까지 올렸던 호가를 연초 800억원까지 내린데 이어 최근에는 780억원 수준까지 낮췄다. 현재 빌딩을 소유한 손보사가 지난 2007년 이 빌딩을 매입할 때 들였던 76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소유주측의 희망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10년전 매입할 때 가격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밖에 최근 몇년간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악성매물’로 분류됐던 16층짜리 오류동 빌딩은 지난 8월 원래 호가였던 200억원보다 한참 내려간 174억원으로 몸값을 떨어뜨린 끝에 결국 새 주인을 맞았다.
빌딩 전문거래 업체 알코리아에셋 황종선 대표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연말부터 줄줄이 쏟아지는 만큼 내년 빌딩시장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올해 안에 매물을 털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버티던 매도자들이 가격협상에 유연해졌고 여기에 맞춰 평소 시장진입을 기다렸던 자산가들이 가격조정을 요구하면서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희망 가격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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