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갚아야 할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이 성사되면 대우조선해양 부채가 큰 폭 줄어들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출자전환 후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앙골라 소낭골 드릴십 인도대금 지연과 업황 부진 등 대우조선해양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자금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 납세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3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주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우조선해양 자본 확충 방안을 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한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여신은 모두 7조원 선으로, 이 중 일반차입금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2조원대 일반차입금이 출자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국정감사 직후인 이달 중순부터 대우조선해양 재무개선 실무작업에 착수해 산업은행 감자와 유상증자, 수출입은행 출자전환 등 대우조선해양 자본 확충 준비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감자는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 출자전환은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가 필요한 사안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오는 12월 주주총회에서 감자·출자전환을 확정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적자를 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자본 확충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내년 3월 발표될 2016년 연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고 신규 수주와 자금 조달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까지 더하는 등 고강도 자본 확충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자본 부족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소낭골에 드릴십을 인도한 뒤 받아야 할 1조원 규모 인도대금 입금 날짜가 정부가 예상하는 11월을 넘겨 내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대우조선해양 회계 사기(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우조선해양 인력·설비 구조조정 계획이 내년 이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급한 불부터 끄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유상증자·출자전환 등을 통한 재무 개선 작업으로 실질적인 정부 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추가 자금 지원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올해 자본잠식 해소에 소진한 만큼 앞으로 수주 가뭄과 인도 지연이 거듭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사업 부문 단위를 정리하는 수준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2대주주로 올라서는 만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효과적인 협업도 필수적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2013년 이후 자율협약 진행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48.15%)과 농협은행(22.6%), 수출입은행(14.18%) 간 의견 조율 미비로 인건비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 성동조선과의 합병 등 산업 구조조정이 무산됐고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