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물산은 전일보다 0.91% 오른 16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6만80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전날 엘리엇의 삼성전자 인적분할 요구로 불거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의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통로 역할과 프리미엄 가치가 실현되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주가는 지배구조 변화 시점에 급등 가능성이 있다"며 "인적분할 등 이벤트가 벌어지기 전까지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반영되는 시기로 본다"며 목표주가를 17만5000원으로 높였다. 현대증권도 이날 양호한 실적, 사업 부문 분할·합병 이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존 목표가보다 18% 상향한 22만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날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중공업(2.88%), 삼성생명(1.38%), 삼성엔지니어링(0.45%) 등 삼성그룹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아울러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여주던 삼성그룹주 펀드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 펀드는 지난 5일 기준 순자산액 8607억원으로 국내 삼성그룹주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를 12.66%, 삼성물산을 9.70% 담고 있어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려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KODEX삼성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등 삼성 관련 ETF에도 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엘리엇 효과'는 작년 6월부터 3개월간 펼쳐진 엘리엇의 파상 공세로 제일모직과 합병이 자칫 무산될 뻔했던 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작년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소식에 두 회사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14만~16만원대를 오가던 제일모직은 이날 18만8000원까지, 5만원대에 머물러 있던 삼성물산은 6만3500원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및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엘리엇이다. 작년 6월 4일 엘리엇은 경영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하고 다음날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합병 반대를 촉구했다. 이에 6월 8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7% 정도 곤두박질쳤다.
이후에도 엘리엇과의 관계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함께 오르고 엘리엇이 항고하면 동반 하락할 정도였다. 결국 작년 7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가결되고 8월 초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4.95%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양측의 악연은 끝났다.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 흐름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신규 상장일인 작년 9월 15일 전날보다 2.84% 오른 16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삼성물산은 시가총액 순위 4위(30조9195억원)로 단숨에 올라갔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데다 올해 1분기는 건설 부문 손실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11만4000원(6월 2일 종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시총도 28조원 정도로 6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이 던진 지배구조 이슈는 단숨에 삼성물산 주가를 합병 당시 수준으로 회복시켜준 셈이 됐다. 전날 7.9% 오른 삼성물산은 시총 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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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원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