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의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서 두산그룹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상장을 발판 삼아 그룹 재무구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두산그룹 관련주는 일제히 급락했고,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포함해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오전 두산밥캣은 공시를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공모 물량을 줄이는 등 공모 구조를 조정해 이르면 오는 11월께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인 두산밥캣 상장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관련 그룹주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두산밥캣의 주요 주주인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일 대비 각각 10.59%, 7.22% 떨어진 3630원, 7200원에 장을 마쳤다. 두산 -3.28%, 두산중공업 -2.67%, 오리콤 -1.27%, 두산건설 -0.83% 등 다른 그룹주도 충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 상장 연기에 따라 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일은 불가피하다"며 "두산밥캣 주식이 거래되기 전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그동안 두산밥캣 공모가를 놓고 적정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두산그룹 관련주는 당분간 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도 이슈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상장 연기 소식이 전해진 이날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도 모니터링 작업에 착수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밥캣 상장 일정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공모가격의 하락 및 공모물량 축소로 재무구조 개선 수준이 미흡한 수준에 그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를 포함한 두산그룹 전체 신용도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두산밥캣 상장은 두산그룹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특히 그룹 내 차입금이 44%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어서 두산밥캣 상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도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이 'BBB'인 가운데 추가 강등이 이뤄질 경우 투기 등급인 'BB'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한신평은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A-)·두산중공업(A-)·두산인프라코어(BBB)·두산엔진(BBB+)의 회사채 및 두산건설(B+)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두산그룹 내부의 재무 안정성 정도와 계열사로 재무 위험이 옮겨갈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6조7000억원에 달해 상환 부담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산 매각과 더불어 두산밥캣 상장이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낮추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IPO가 불확실성이 큰 이벤트이다 보니 새로 나올 공모가나 공모 규모를 지켜본 뒤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또한 당초 희망 공모가가 주당 4만1000원에서 더
앞서 두산밥캣은 지난 6~7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참여 기관들의 신청 물량 대부분이 애초 제시한 공모가 밴드(4만1000~5만원) 하단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섭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