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남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차바’로 손해보험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태풍 피해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11개 주요 손보사에 접수된 자동차 피해 건수는 8337건, 손해액은 5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보사의 손해율은 과거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던 시기에 상승하는 추이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피해에 따른 손해율 상승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차량 침수와 현대차 울산 공장 생산중단 등 일반고액사고도 속출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악화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태풍 ‘차바’가 몰아치면서 주요 손보사들의 주가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동부화재와 현대해상 등은 지난주에만 주가가 4~6% 가량 밀려났고 KB손해보험도 약세를 기록했다. 태풍 피해에 따른 손해율 상승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주가 지나면 자동차 및 일반보험 손해액이 상당 부분 구체화될 것”이라면서 “손해율 급등은 불가피하지만 재보험사 출재에 따른 상쇄효과로 실적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피해금액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피해 규모는 상당부분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수사들은 지속적인 자연재해 발생에 따라 일반보험에 대해 충분한 초과손해액 비비례보험(XOL·통상 최대 100억원 수준)을 설정한 바 있다”면서 “침수 차량이 최대 3000여대, 대당 수리비를 1000만원으로 가정할 시 피해규모가 3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연간 자동차보험료가 13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손해율 악화는 0.5%포인트 미만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와 같은 일시적 이벤트 보다는 최근 업종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추이가 지속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규제 완화 이후 보험료 인상 및 보험금 지급 요건 강화에 따라 자보 손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구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
장 연구원은 “이번 태풍은 손보사들의 펀더멘털을 해치지 않는 일회성 이벤트”라면서 “과거 대규모 태풍 및 집중호우 발생 이후 손보사들의 주가 상대수익률은 -4.0~-1.8%포인트 수준에 불과해 일시적 이벤트보다는 펀더멘털이 주가 방향의 핵심임을 증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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