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29포인트(0.9%) 하락한 2015.44에 거래를 마쳤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194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나흘 만에 다시 돌아왔다. 코스피 하락은 국내 기관이 5696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판 영향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보다 2만2000원(1.43%) 오른 155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사흘간 주가가 10%가량 급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12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7812억원어치 내다팔았는데 이날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아직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미처 포함시키지 못했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이번 폭락을 기회로 삼성전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쟁력이 여전한 데다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장 마감 후 정정 공시를 통해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직접 비용을 모두 반영한 3분기 잠정실적을 다시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3분기 실적 재공시 덕분에 추가 실적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정 공시는 오는 27일 예정된 확정실적 발표에서 이미 발표된 3분기 잠정실적보다 악화된 성적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시장의 염려를 덜어준 동시에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줬다"며 "이에 투자자들이 심리적 안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9년 일본 도요타 리콜 사태와 비교할 때 삼성전자는 도요타보다 훨씬 빠른 초기 대응과 의사결정을 보이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 훼손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제시한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보다는 '유지'가 더 많았다. 이날 9개 증권사가 삼성전자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중 IBK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만이 목표주가를 낮췄을 뿐 나머지 7개 증권사는 기존의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는 최근 총 4개가 나왔는데 2개는 '하향 조정', 나머지 2개는 '유지'로 엇갈렸다. 지난 12일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뱅크가 목표주가를 각각 175만원에서 170만원, 204만원에서 201만원으로 낮췄고, JP모간과 모건스탠리는 각각 190만원, 180만원의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지난 11~12일처럼 외국인 매도세가 80% 이상 삼성전자에 집중되는 현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지만,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고, 이로 인해 달러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증시 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