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제조업체 유니켐은 지난 2013년 임직원 횡령·배임혐의 발생 사실을 1년 이상 늦게 공시했다. 지난해 중순에는 자신들이 출자한 법인이 회생절차 및 파산 관련 신청한 사실을 한 달 이상 지연 공시했다. 대출원리금 연체 사실과 유상증자 신주발행수를 크게 줄인 사실도 뒤늦게 알렸다. 최근 3년간 5번이나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결국 관리종목으로 분류되면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가 지난 9월 말부터 재개됐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가 다수의 바이오·제약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기면서 불성실공시 법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불성실공시법인이란 상장기업으로서 기업의 중요한 경영·재무를 비롯해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무 사항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16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래소가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한 건수는 모두 215건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가 모두 138건에 달해 77건인 코스피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성실공시는 그 내용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먼저 상장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단순 착오에 의한 불성실공시는 해당 기업이나 관련 업종 투자자들에게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반기 또는 결산일에 현금·현물 배당 사실을 지연 공시(GS·세원정공)한다거나 주주총회 소집 결의 후 취소(대구백화점)해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가 영향은 미미하다. 단기차입금을 증가(대신증권)시킨다거나 자회사 채무 보증 사실을 지연 공시(AK홀딩스)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불성실공시가 1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불성실공시 법인 목록에 올린 기업들은 지정 사유도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현대페인트는 3년간 총 4번이나 공시의무를 어겼다. ▷횡령 배임혐의 발생 ▷전환사채 발행 결정 철회 ▷유상증자 결정 철회 ▷최대주주변경 사실 지연 등 사유도 다양하다.
지난 7월 회사 가압류 통지설 관련 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답변하지 않은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2014년에도 2번이나 불성실공시 (유상증자·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 후 철회) 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에도 돌연 선박 건조대금 관련 500억원의 이자비용을 탕감받았다고 공시해 의혹을 사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2회 이상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대성합동지주 등 모두 11곳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된 공시 번복 사례가 빈번해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할 경우 주의가 요구된다. 2014년 사채발행 철회 지연공시를 반복했던 리젠은 지난해 최대주주변경 2건 및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체결 1건을 허위 공시한 사유로 다시 한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M&A 기대감에 몰렸던 투자자들에겐 최대 악재가 발생한 것. 관리종목 지정 후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 다음날 리젠은 10% 이상 급락했다.
이밖에도 세미콘라이트·씨엔플러스·에이티세미콘·에스아이리소스 등 20여곳에 가까운 코스닥 상장사들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 또는 체결 후 취소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잦은 정정공시를 통해 기업 인수 대상자가 변경되거나 인수대금 조정이 잦아질 경우 M&A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계약 관련 조건을 계속 바꾸는 과정에서 공시번복이나 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불성실공시 지정 법인은 고의·중과실·단순착오 등 동기에 따라 벌점을 부과받으며 최대 벌점은 1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